"김정남 암살 베트남女, 여권도 없이 공항 왔다 체포"

아사히 "범행 지시 北남성 연락 안돼 찾으러 온듯"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김정남 암살 용의자 가운데 1명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체포됐을 당시엔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현지 경찰은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가 도망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공항에 나타난 이유 등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흐엉은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의 '실행범'으로 지목된 인물로서 범행 당일인 13일 오전 9시(현지시간)쯤 공항 출국장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죽음에 이르게 했다.

현지 경찰의 폐쇄회로(CC) TV 카메라 영상 분석결과, 흐엉은 범행 직후 공항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나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로 돌아왔으며, 약 1시간 정도 뒤 인근의 다른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흐엉은 CCTV 카메라를 의식한 듯 마스크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흐엉은 범행 이틀 뒤 다시 공항에 나타나 경찰에 붙잡혔을 땐 당황해하기는커녕 미소까지 지었다는 게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흐엉은 특히 체포 당시 여권을 갖고 있지 않았고, 짐도 호텔 객실에 그대로 놔둔 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 현지의 중국어 매체 '동방일보'는 흐엉이 경찰조사에서 "동료가 사라져 공항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수사 관계자도 "흐엉이 사건 전엔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북한 국적의 남성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었다"며 "(자신에게) 범행을 지시했던 남성과 연락을 취할 수 없게 되자, 그 남성을 찾거나 범행의 보수를 받기 위해 공항에 다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항에 다시 나타난 흐엉이 범행 때와는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CCTV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얼굴 생김새와 체형 등을 파악해둔 채 계속 순찰 중이었기에 곧바로 체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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