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브레이크없는' 이유?…견제할 야당 "지리멸렬"
- 배상은 기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 News1 이명근 기자
</figure> -2013년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로 중참 양의원 개헌 의석 달성-201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 -2016년 여름께 중참 선거를 실시해 신뢰를 얻은 뒤 일본의 교전권과 참전권을 가로막고 있는 평화헌법(9조) 개정에 착수.
-그리고 2018년 9월, 존경해 마지않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도 끝내 실현 못한 개헌을 달성하고 근사하게 퇴진.
단 하나, 방사능 오염수 누출로 시한폭탄이 돼버린 후쿠시마 제 1원전만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비교적 착착 진행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의 '6년 장기 집권 시나리오'다. (일 월간 문예춘추 8월호 참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원전의 고방사성농도는 연일 치솟아도 올림픽을 거뜬히 유치하고, 주변국이 아우성치든 말든 '올해 안에 야스쿠니를 꼭 참배하겠다'는 다짐이 나온다.
아베의 이런 무대포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바로 그의 독주를 막을 세력이 없기때문이다. 그를 견제할 야권은 지난 1여년간 치러진 두 번의 선거로 만신창이가 된 내부를 수습하는데만도 힘겨운 모습이다.
◇야당 재편 "얼굴이 없다"…민주당 수뇌부 갈등
산케이 신문은 '주역 부재의 야당 재편, 아베의 실정(失政)만 기다리는 한심함'이라는 제목의 지난 19일자 기사에서 "야당 재편이라는 이름의 연극에는 결집의 얼굴이 될 만한 별다른 '주역'도 없고, 확고한 명배우도 없다"면서 "이 값싼 희극에는 야무진 곳이 하나도 없다"고 일갈했다.
신문에 따르면 야당 재편 작업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한 야권 관계자는 좀처럼 진행이 더딘 현 상황에 대해 "야권을 결집시킬만한 '얼굴'이 없다"며 "심지어 최근에는 얼굴이 없어도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재편에 선봉장이 되어야 할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당 수뇌부간 내부 갈등에 여념없는 상황도 재편 작업이 지지부진하는데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 대표 사퇴 등 지도부 교체를 필두로 야권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당 2인자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전 간사장과 자리를 유지하려는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를 축으로 권력암투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선거 직후 자리에서 물러난 호소노 전 간사장은 25일 야당 재편을 주도하겠다며 12월께 자신의 이름을 딴 정치 단체 출범을 발표했으나 전망은 그닥 밝지 않아 보인다.
호소노 전 간사장의 정치단체에 대해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거대한 자민당에 대항 할 수 있는 새로운 축으로 만들고 싶다"며 야당 재편의 결집축이 될 것으로 높이 평가했다.
◇망언으로 제 3극마저 자멸
그러나 야당 재편 작업의 더딘 행보는 정작 하시모토 대표, 본인의 몰락과도 상당 부분 연관있다는 시각이다. 하시모토 대표가 이끄는 일본유신회는 지난 5월 위안부 파문 이후 각각 치러진 6월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선거에서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심지어 지난달 29일에는 모체인 오사카 유신회가 정치적 텃밭인 오사카(大阪)부 사카이(堺)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다케야마 오사미(竹山修身) 후보에 완패하는 굴욕마저 맛봤다.
특히 사카이시는 하시모토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오사카도 구상계획'의 한 축으로, 그는파문 이후에도 오사카에서만큼은 연승을 거듭해왔다.
7월 선거 비례대표 정당별 지역 득표율에서 자민당이 전국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유일하게 1위를 차지 못한 지역이 바로 이 오사카 지역일 정도다.
이같은 결과는 하시모토 대표와 그가 이끄는 일본유신회의 정치적 생명이 상당히 위태로워졌음을 의미한다.
아사히 신문도 시장 선거 다음날 "오사카에서 연승하던 하시모토의 ‘선거불패 신화’가 텃밭에서 붕괴됐다"며 중앙정치에서 그의 존재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시모토가 개헌 등 문제에서 아베와 뜻을 같이하고 있긴 하지만,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중참 양의원 과반을 모두 달성한 현 상황에서 그의 몰락은 결국 방어막의 한 축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또 그 축이 양당제를 무너뜨리겠다며 야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야심차게 출범한 이른바 '제 3극'세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해 보인다.
◇브레이크 역할 자처 공명당, 과연?
자공 연립 정권은 중참 과반 달성 뿐 아니라 참의원 상임위원장은 물론 모든 상임위 위원의 과반 수를 확보하는 이른바 '절대안정다수'까지 점했다.
이같은 극단적 여대야소에 자민당 내부에서까지 의회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재편돼야한다는 충고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사민당, 모두의 당(다함께당) 등 기타 야당들도 나서고 있으나 의석 수가 워낙 적어 역부족인 모양새다.
연정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창당 이래 최대 의석을 달성한 참의원 선거 직후 "자민당이 수의 힘으로 강행하는 것을 억제해달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자신들의 역할을 '자민당을 견제할 브레이크'로 규정했다.
개헌에 반대입장인 야마구치 대표가 연립 해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단호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긴 하나 의석 수가 자민당에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공명당이 과연 장기 집권을 꿈꾸는 아베의 행보를 막을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공명당 집행부는 아직까지는 장기 집권 가능성이 유력한 아베 총리와 크게 거리를 두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신문은 "자위대의 존재는 정부 해석을 근간으로 해 이해되고 있고, 이를 헌법상 어떻게 평가할지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야마구치 대표의 앞선 발언도 아베 총리와 접점을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언론들에 따르면 추계예대제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한 아베 총리는 최근 "1차 내각에서 야스쿠니에 참배 못한 것이 통한의 극한인 점은 변함없다"며 노골적으로 연내 참배 가능성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개헌 작업의 본격적 착수를 알리는 일종의 선언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신속한 야권 재편으로 제대로된 '브레이크' 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baeb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