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활동금지…"국제법 위반"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가 자국 영토 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28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한 미국 행정부의 요청을 무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법안은 UNRWA가 이스라엘의 영토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직·간접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한다.

두 번째 법안은 이스라엘 정부 기관이 UNRWA 또는 그 대리 기관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 두 법안 모두 120명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의회에서 80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를 획득하며 가결됐다.

법안이 통과됐어도 대개 3개월 동안은 발효되지 않지만 UNRWA의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 전쟁으로 실향민이 된 팔레스타인인 7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 산하에 설립된 기관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UNRWA 활동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영토 분쟁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일하는 UNRWA 직원 1만3000명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오렌 마르모르스타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가자의 UNRWA는 테러리스트에게 완전히 감염된 썩은 나무"라고 주장했다.

UNRWA는 크게 반발했다. 필리프 라자리니 UNRWA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크네세트의 움직임은 전례 없는 일이며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1년 넘게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딘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자리니 대표는 이스라엘이 이번 법안 통과로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으나, 이스라엘 의원들은 이를 일축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한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호주 등 7개국은 이스라엘을 향해 UNRWA의 역할을 제한하지 말라면서 이스라엘에 우려를 표명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위해서는 UNRWA의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내고 "심각하게 우려스럽다"며 "(이스라엘 의회의) 이번 투표는 가자지구의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구호 전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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