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력지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 보도…"한달 지속시 유가 350달러"

호르무즈 해협, 석유 물량의 약 30% 통과…국제 석유 시장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 배럴당 '35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내 긴장이 이스라엘의 확전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석유 가격을 높여 무차별적인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배후에 있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셈이다.

21일(현지시간) 이란의 유력 영자지 테헤란 타임스에 따르면, 에너지 물류 분석 업체인 'KPLER'이 발표한 이란 남부 정유공장의 석유 수출 변화 그래프에서 이란이 오만 해역에 위치한 자스크 석유 시설에서 석유 수출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스크 석유 시설에서의 수출은 그동안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한 후에도 석유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하에 하마스뿐만 아니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란까지 공격을 확대하면서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이 외교적·군사적 조치만으로는 중동 내 긴장을 완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이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로 공습을 실시한 것에 대해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테헤란 타임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조치는 "세계 무역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란이 직면하고 있는 끊임없는 압박과 공격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라며 "이란이 팔레스타인, 레바논, 예멘, 시리아의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곳으로 국제 석유 시장의 '동맥'으로 평가된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국제 유가는 급등으로 이어진다. 이란이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책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든 이유다. 이란은 지금까지 지난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이란이 이번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란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는 보도만으로도 국제유가는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0.76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4.57달러에 거래됐다.

사울 카보닉 MST 파이낸셜의 수석 연구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이 영향을 받는다면 1970년대 이란 혁명과 아랍 석유 금수 조치 이후의 유가 충격보다 세 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의 유가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네 실드로프 스웨덴 SEB은행의 수석 분석가도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 이상 폐쇄된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아마도 배럴당 3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