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화재로 병원서 타죽은 모자…"비명 없이 불이 삼켰다"

가자지구 알아크사병원 공습…이스라엘 "하마스 지휘센터 공습한 것"

2024년 8월 4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 지구 중부 데이르 엘 발라흐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안뜰 파괴된 잔해에 사람이 서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병원을 가자지구 내에서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생각해 텐트를 세우고 살고 있었다.<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 화재가 발생해 한 모자(母子)가 사망했다. 함께 잠을 자고 있던 다른 가족들은 가까스로 몸을 피했지만, 화마가 두 사람을 삼키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아흐마드 알 달루는 작년 10월 가족을 가자지구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으로 데려왔다. 그곳이 피난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병원을 공습해 부인과 아들이 죽으면서 이는 악몽의 장소가 됐다.

당시 아흐마드는 텐트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아들 사반은 이달 초 알아크사 순교자 모스크에서 공습받아 상처를 입은 후라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37세의 부인 알라는 다른 어린 자녀들과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하지만 한밤중의 공습으로 화재가 일어났다.

아흐마드는 "갑자기 번개가 치면서 화염 덩어리가 우리를 덮쳤다. 아들은 침대에 여전히 있었고 나는 의자 채로 뒤로 넘어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채 나는 불길이 아이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 명의 자녀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그는 "불길이 샤반과 침대, 텐트 전체를 집어삼켰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불길이 샤반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항복하고 거기 앉아 '용서해라 아들아.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구나'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이 아들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견딜 수 없게 괴로웠다"는 말이 이어졌다.

샤반의 형인 무함마드는 자기도 도우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그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과 오른손이 완전히 타서 어머니와 형을 꺼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잠든 것처럼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고 불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동생 샤반도 온몸이 불타고 있었지만 전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와 동생이 불타 죽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웠지만 "다행히 어머니는 잠들었다가 천국에서 깨어나게 됐다"고 무함마드는 말했다.

CNN에 따르면 공습 후 찍힌 영상에 샤반이 불타는 텐트 안에 누워 있는 모습이 나왔다. 화염과 연기 속에서 그의 팔 모양이 나타났다. 10대 소년에 불과한 그는 불쌍하게도 이달초엔 공습으로 부상을 입었다가 이번에는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 채, 병원에 있는 하마스 지휘 센터에 "정밀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가 병원 단지에 있다는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