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출구전략은 어디에?…이스라엘 '확전의 함정'에 빠져

英가디언 "이스라엘 군사력·정보력 흔들"
전문가들 "전략적 비전 없다…소모적일 뿐"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에서 이스라엘 육군 탱크가 기동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시 재건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야를 포위했다고 밝혔다. 2024.10.06.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레바논, 이란 등으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속히 '전략적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출구전략' 없이 지금처럼 전쟁을 이어나가기만 한다면 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 자체가 지치는 것은 자명하고, 사실상의 궁극적 목표로 일컬어지는 안보 상황 개선도 이룰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이란, 레바논, 가자지구, 예멘, 시리아와 이라크 등 여러 전선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의 의심할 여지 없는 군사력과 정보력 우위는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로부터 습격을 받고 그에 대한 보복을 실시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이 진행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 편에 서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온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와도 전쟁에 나섰다.

이제는 하마스, 헤즈볼라만이 아니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을 주축으로 하는 반(反)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이 들썩이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도 이스라엘을 정면 겨냥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안보 분석가인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와 관련 "이스라엘의 확전은 '전술적 승리'는 있었지만 '전략적 비전'은 없었다"며 "여러 전선을 통합하는 비전은 더더욱 없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장을 제거한 것 외에 앞으로 어떻게 이곳들을 재건해 미래를 지킬지에 대한 전략은 전무하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주요 무장단체들을 단기간에 끝장냄으로써 장기적인 소모전에 휩쓸리는 것을 피하려 했으나 그 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신엘필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베이루트의 한 건물 모습. 2024.10.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수장 사망과 같은 큰 손실을 입었으나 어떻게든 살아남아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이란 석유 시설 타격 등을 고심 중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 역시 소모적 분쟁만이 될 뿐이라는 평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 니콜 그라제브스키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비대칭적 맞대결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이라는 무의미한 순환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이란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찾기 위해 더욱 절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조치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으나 '절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조치'는 '핵무기 개발'과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육군대학 부설 전략연구소(SSI)의 안소니 파프 소장은 이스라엘이 '확전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확전을 선택하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군사적 관리 능력을 초과하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하마스가 테러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현상 유지를 택한다면 이스라엘은 안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된다"며 "이렇게 어느 것도 이스라엘의 안보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