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폭발, 모사드의 미끼 작전…하마스 기습공격 전 구상"

이스라엘 모사드 감독하에 생산돼 헤즈볼라에 들어가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무전호출기(삐삐)가 대만 신베이에 전시돼있다. 2024.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달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사건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고안한 작전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스라엘·아랍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 호출기가 이스라엘에서 제작됐으며 폭발 시 양손을 사용하도록 고안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7~18일 레바논 전역에선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약 3000명이 다쳤다.

모사드 관리들은 이 작전을 2022년부터 구상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보다 1년 앞선 시기다.

2023년 헤즈볼라는 대만 업체로부터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AR924의 구매 제안을 받는다. 이 구매 제안은 대만 업체에서 일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업체는 호출기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겼고, 그 결과 호출기 생산은 모사드의 철저한 감독하에 이스라엘에서 이뤄졌다. 소량의 강력한 폭발물과 배터리 팩이 탑재됐는데, 분해하더라도 폭발물을 탐지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전호출기(삐삐)가 연쇄적으로 폭발한 가운데, 베이루트의 한 병원에 부상자를 태운 구급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 사건으로 레바논에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4.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헤즈볼라 지도부는 추적 방지 기능과 배터리 성능과 충전 편의성 등을 높이 평가해 이 호출기를 대량 구매했다.

모사드가 이스라엘 정부에 작전을 제안한 건 지난달 12일이며,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작전을 승인 하에 작전이 실시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이 호출기는 버튼 두 개를 양손으로 눌러야 암호화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폭발했을 때 헤즈볼라 대원의 두 손을 모두 다치게 하기 위한 계산이었다.

WP는 모사드가 2015년 폭발물과 도청 장치가 장착된 무전기를 레바논에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무전기는 호출기가 폭발한 다음 날인 9월 18일에 폭발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 호출기와 무전기를 폭발시킬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헤즈볼라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헤즈볼라의 대규모 보복 미사일 공격과 이란의 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폭발물이 발각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결국 네타냐후는 이 작전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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