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전선 확대…이란 석유 타격 위험에 유가 5% 급등(종합2보)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은지 48시간이 지났지만 당장은 직접 보복 대응 대신 레바논 민병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근거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세력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논의중이라고 밝혔고 유가는 5% 넘게 뛰었다.
이스라엘군은 3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침공을 계속하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했고 남부 20여개 마을 주민들에게 즉시 집에서 대피할 것을 경고했다. 최근 경고로 대피령이 내려진 남부 도시는 70곳으로 늘어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PF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전투기로 베이루트에 있는 헤즈볼라 정보 본부에 소속된 테러 요원을 비롯해 정보 수집 수단, 지휘 센터, 추가 테러 인프를 포함한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의 세력이 밀집한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인 다히예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리고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 후 커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마을에 침투한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탄을 터뜨렸고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헤즈볼라는 매복과 직접적인 충돌을 포함하여 이스라엘 군의 지상 작전을 여러 차례 격퇴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또한 이스라엘 북부 지중해 연안의 하이파만에 있는 이스라엘의 군수 산업을 위한 '사크닌 기지'를 겨냥해 로켓을 발사하는 등 새로운 공격을 감행했다.
로이터의 레바논 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며칠 동안 레바논 영토에 진입했다가 영구 주둔지를 마련하지 못한 채 여러 차례 밀려났다.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나들며 포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북부 마을에서는 로켓 사이렌이 끊임없이 울려 퍼져 주민들이 대피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밤새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중심부를 폭격해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연계 민방위 단체에 따르면 의료진 2명을 포함해 소속 직원 7명이 베이루트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또한 레바논 남부 도시 빈트 제이베일의 지방 자치 단체 건물을 공격해 헤즈볼라 대원 15명이 사망하고 많은 무기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20만 명 이상의 레바논인이 난민이 됐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시작된 이후 거의 2000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지난 2주 동안에 발생했다고 레바논 당국은 밝혔다.
중동 분쟁이 격화할 위험에 유가는 5%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3일 오후 뉴욕 거래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5.35% 급등해 배럴당 73.84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은 5.2% 뛰어 배럴당 77.71달러다. 장중 WTI는 5.5% 급등해 배럴당 74달러에 육박했고 브렌트유는 77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로부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한 것에 대해 이스라엘이 보복으로 이란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논의중"이라며 "조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에너지 인프라가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이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의 발언을 들으니 그 가능성이 현실에 가까워졌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가 안정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행정부의 영향으로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란 석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고 바빈 트레이더는 덧붙였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면 매일 150만배럴의 공급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경우 손실 공급은 30만~45만배럴로 전망됐다.
이스라엘은 이란 뿐 아니라 가자지구, 레바논, 예멘 등 지역에서 이란을 지지하는 세력들과 1년 넘게 대치하고 있다. 1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지상침공을 시작했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석유시장에 실질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현재 중동의 해당 분쟁 지역은 전세계 원유 공급의 1/3를 차지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도 원유 공급은 충분할 조짐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2월부터 증산을 시작하여 폐쇄된 일부 생산 능력을 복원할 계획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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