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헤즈볼라 권력 공백 이용한 지상전 강행?…"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뇌부 대거 살해에 통신 능력도 붕괴…지상전 타이밍 판단
무기 대거 비축…"이스라엘, 헤즈볼라 물리칠 능력 없어"

28일 (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란 인들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사망에 분노해 구호를 외치며 반 이스라엘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9.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며 중동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헤즈볼라를 향한 맹공을 이어왔는데, 헤즈볼라 수뇌부가 대거 숨진 틈을 타 지상전까지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가 여전히 무기를 대거 비축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다히예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 공습 이후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측에서도 성명에서 "약 30년간 이끌었던 헤즈볼라의 수장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가 위대한 불멸의 순교자 동지들에게 합류했다"며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28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탱크가 레바논과 접경인 상부 갈릴리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2024.09.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수뇌부 대거 살해에 통신 능력도 붕괴…지상전 타이밍 판단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ABC뉴스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에 있는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해 소규모 작전 혹은 국경 이동을 시작하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두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도 미국 고위 행정부 관리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으로 군대를 이동시켰고, 미국은 이를 토대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해 제한적 지상 침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지상 공세를 계속해서 언급해 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북부 사령부 사령관인 오리 고르딘 소장은 지난 25일 "우리는 또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며 "우리는 지상 기동으로 레바논에 진입할 준비를 매우 강력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18일에는 헤즈볼라가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는 무전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동시다발로 폭발해 수천 명이 사상했다. 헤즈볼라는 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을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정예 '라드완 부대'의 고위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과 아마드 아흐무드 와하비를 사살했다.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사령관 이브라힘 쿠바이시도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1일 헤즈볼라의 군 지휘 체계를 공개하며 △이브라힘 아킬 △푸아드 슈크르 △위삼 알타윌 △아부 하산 사미르 △탈렙 사미 압둘라 △모하메드 나세르 등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아래 핵심 지휘관 8명 중 6명과 특수작전부대인 '라드완 부대'의 고위 지휘관 11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아람타에서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전사들이 위장칠을 한 채 실전을 가상한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5.21 ⓒ AFP=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리더십 공백 이용하려 할 것"…"이, 헤즈볼라 물리칠 능력 없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권력 공백'의 틈을 타서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프로그램 담당자 윌리엄 웩슬러 연구원은 "오늘날 헤즈볼라는 규모가 축소되고 목이 잘리고 혼란에 빠졌다"며 "나스랄라를 살해한 이번 공습은 지난 한 주 동안만 이스라엘에 기회의 표적이 됐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의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가 크게 약화하고 혼란에 빠져 통신 능력은 물론 대규모 반격을 조직할 역량에 타격을 입었다는 취지다.

안보 및 정책 분석가인 알리 리즈크도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은 나스랄라의 죽음 이후 기세가 유리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리더십 공백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헤즈볼라의 지도자는 다른 지도자로 교체될 수 있고 여전히 무기를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란 테헤란 대학교의 모하마드 마란디 교수는 알자지라에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물리칠 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카네기 중동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인 예지드 사이그도 "헤즈볼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그들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지 않더라도 전략적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이후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정밀 탄도미사일, 자폭 드론 등의 보유량을 크게 늘려 왔다.

이 중에는 사거리가 300㎞에 달해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이란제 파테 미사일도 있어 전면전 발발 시 이스라엘 측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