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대화 제스처?…"이란, 러에 이동식 발사대는 안보내"

러, 이미 미사일 발사대 개조 능력 있어서 안 보냈을 수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17일(현지시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2024.09.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란이 미국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탄도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이동식 발사대는 보내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유럽 외교관, 유럽 정보당국자와 미국 정부 당국자 등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란이 파타흐-360(Fath-360) 미사일과 함께 발사대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이란이 러시아에 발사대를 줬다고 발표했던 시점에 이란은 발사대를 실제로 인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의 한 정보당국자도 추가적인 설명 없이 이란이 발사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 국방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2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이 발사대를 보내지 않은 이유를 분석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이란이 그랬듯이 트럭을 개조해 미사일을 운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란 미사일 전문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파비안 힌츠 연구원은 이란이 발사대 이송을 보류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발사대를 보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차량 개조 문제를 들었다. 그는 미사일 발사대로 개조한 벤츠 트럭이 우크라이나의 혹독한 겨울과 거친 지형을 견디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발사대 전달 보류 사실이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군용 차량을 발사대로 개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유로는 이란이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시켜 대화의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직 유엔 핵 사찰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장(ISIS)은 마수즈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유럽 관리들과 만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동의 긴장 고조 및 기타 분쟁과 관련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취임한 개혁 성향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임 공약으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복원과 이를 통한 경제제재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란 핵활동 중단 및 동결의 대가로 일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JCPOA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됐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그는 "이란이 회담을 위한 약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발사대 제공을 보류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필요한 양보를 할 지는 의심스럽다"며 대화 진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은 지난 10일 이란이 러시아에 파타흐-360 미사일을 인도했으며 몇 주 내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이 얼마나 많은 파타흐-360 미사일을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화물선 '포트 올랴-3'호가 지난 5월부터 9월 12일 사이 이란의 아미라바드항과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한의 올랴항을 여러 번 오간 것으로 확인했다.

사정거리가 75마일(약 121km)에 달하는 파타흐-360 미사일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쓰인다면 우크라이나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 미사일이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며 단거리 목표물을 향해 사용되어 러시아가 전선 너머의 목표물에 쓸 무기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는 이란에 새 제재를 부과했고 유럽연합도 이란의 항공업계를 겨냥한 새 조치들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사일 수령 여부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이란과의 협력이 '가장 민감한 영역'까지 포함한다고 인정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