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억 포상"…암살된 헤즈볼라 사령관 아킬은 누구[피플in포커스]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 등 폭탄 테러 관여 혐의로 수배령
미 '글로벌 테러리스트' 지정…헤즈볼라 정예 부대 이끌어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은 미국 국무부로부터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던 인물이다.
대부분의 헤즈볼라 고위 관리들과 마찬가지로 아킬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베일에 휩싸인 인물로 평가된다.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보면 60대로 추정되는 아킬은 1980년대 헤즈볼라 설립 당시부터 일원으로 역할했다. 헤즈볼라 최고 군사기구인 '지하드 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넘나들며 싸우는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 부대를 이끌었으며, 지난 7월 말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에 이어 2인자였다.
아킬은 1983년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과 미 해병대 막사에서 3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폭탄 테러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수배령이 떨어진 인물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는 아킬이 1980년대 레바논에서 미국인과 독일인 인질 납치도 지휘했다고 봤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아킬의 신원, 위치 등에 관한 정보에 최대 700만 달러(약 94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아킬은 미국 정부에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불렸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따르면 아킬은 지난 17일 호출기 폭발 사고로 부상했고 20일 퇴원했다. 지난 17~18일 레바논 각지에서 무선호출기(삐삐), 무전기가 폭발한 가운데 사건의 배후로는 이스라엘이 지목된 상태다.
당일(20일) 아킬은 헤즈볼라 및 익명의 팔레스타인 단체와의 합동 회의에 참석했다. 이때가 그의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갖은 암살 시도를 받고도 살아남았던 아킬은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이 확인됐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아킬은 헤즈볼라의 군사 작전국장이자, 라드완 부대의 사실상의 사령관으로서 헤즈볼라의 대전차 미사일 부대와 방공 작전을 감독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특히 아킬과 라드완 부대 지휘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지역 중심부의 건물 지하에 모여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추가 테러 공격을 계획 중이었다고 하가리는 밝혔다.
이스라엘은 아킬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주도한 이스라엘 남부 공격과 유사한 일을 이스라엘 북부에서 하려고 계획했다고 봤다. 하가리는 이들이 "'갈릴리(이스라엘 북부 지방) 정복'이란 침공 계획을 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아킬에 대해 "1990년대 헤즈볼라를 훈련시켰다"며 "2000년대에는 여러 가지 기획 및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또 아킬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사망 때까지 "라드완 부대의 군사 작전을 계획하고 감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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