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폭발'에 혹시 내 휴대폰도?…일상 속으로 스며든 '안보 위협'
비밀 공작 행위, 국가 기간 시설서 일상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어
제조 공급망 깊숙이 침투해 폭발물 이식…"어떤 전자 장치도 신뢰 못 해"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가 잇따라 폭발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자 일상 속 전자 기기들도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알자지라에 따르면 삐삐 폭발로 인해 사보타주(비밀 파괴 행위) 우려가 세계인의 일상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레바논의 행사 기획자 마리아 부스타니는 폭발 사건 이후 결혼식과 행사에서 무전기를 쓰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부스타니는 "(헤즈볼라와) 같은 브랜드는 아닐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왓츠앱을 사용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민간항공국은 베이루트 공항과 여객기에 무전기 및 삐삐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명령한 상태다.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 운송 또한 금지됐다.
앞서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는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터졌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무전기가 연쇄 폭발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약 3000명이 다쳤다.
폭발한 삐삐 대부분은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제품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골드아폴로 측은 헝가리 업체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제조한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헝가리 정부는 BAC가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작원의 작전으로 전화기나 건물에 폭탄을 설치하는 건 오래된 수법이다. 그러나 삐삐처럼 제조 공급망에 깊숙이 들어가 생산 과정에서부터 많은 장치에 폭발물을 이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또 공급망에 침투해 적국을 방해하는 행위는 지금까지는 발전기나 핵 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가 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의 바지 주머니나 벨트, 집 안 부엌까지 위험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글렌 거스텔 국가안보국(NSA) 전 법률 고문은 삐삐 폭발에 대해 "이것은 우리의 휴대전화에서 보일러에 이르기까지 어떤 전자 장치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와 북한이 통제 불가능한 사이버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봤다"며 "개인 및 가정용 기기가 다음 차례가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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