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평화 속 가자 소아마비 접종…"문자 받자마자 바로 왔어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스라엘-하마스 접종지역 전투 중지
25년만의 첫 확진자 발생에 대응…64만명 접종 목표

한 보건의료인이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자웨이다에서 한 아기에게 소아마지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2024.09.01.ⓒ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엔이 팔레스타인 보건당국과 협력해 가자지구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며칠간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백신 투여 지역에서는 교전이 중단되는데 가자 지구 부모들은 서둘러 접종 장소를 찾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한 어머니는 다섯 아이를 데리고 아침부터 병원으로 달려갔다. 접종을 위해 줄을 선 그는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면서 "보건부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한 어머니도 "백신 접종이 실시되어 기쁘다"면서 "아이들이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가 생길까 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날 늦게까지 7만2611명의 어린이가 예방 접종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건부는 앞서 지난 8월에 가자 지구에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소아마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자 중부에서 온 10개월 아기가 요르단이 실시한 검사에서 소아마비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대부분 하수와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진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가 잘 걸리고 기형과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상하수도 인프라나 병원 시설이 다 파괴된 가자지구는 특히 이에 취약했다.

첫 백신은 접종을 예고한 1일보다 하루 빠른 지난달 31일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에서 상징적 조치로 소수의 어린이에게 투여됐다. 그 후 1일부터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다.

이번 접종 프로젝트는 어린이 64만명 접종을 목표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126만회분의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중부 가자지구에 67개, 남부 가자지구에 59개, 북부 가자지구에 33개 백신 접종 센터를 지정하여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접종센터는 대부분 병원이며, 소규모 보건소와 학교에도 차려진다. 첫 번째 접종 후 2차 접종도 4주 후에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29일에 WHO는 이스라엘이 북부, 남부, 중부 지역에서 백신 접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3일간의 "인도적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북부에서 차례로 사흘씩,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전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한 중단이 가자지구의 전반적 휴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후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기관인 팔레스타인 민간협조기관(COGAT)은 다시 31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인도적 중단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중부 가자지구에 있는 알아우다 병원의 의료 책임자인 야세르 샤반은 "상공에 드론이 많이 날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UNRWA)의 대변인인 루이스 워터리지는 오전 6시 이후 가자 중부에서 총소리를 들었지만, 그 이후로는 지역이 고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터리지 대변인은 "매 순간 절대적인 공포에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금은 괜찮다고 확신하고 마음을 놓기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또한 오후 2시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오후 2시 이후에도 폭격이 계속된다면 이것은 백신 접종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