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선제타격에 헤즈볼라 '1단계 보복' 맞불…전면전 살얼음판(종합3보)
이스라엘-헤즈볼라 '역대급' 무력충돌…이스라엘 "전면전 관심 없다"
헤즈볼라 "이스라엘, 선제타격으로 우리 작전 방해? 거짓 주장"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선제타격에 대규모 반격으로 대응해 역내 긴장감이 다시 고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전하며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오전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준비를 탐지하게 돼 헤즈볼라를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약 100대의 전투기가 레바논에서 수십 개의 발사장에 걸쳐 수천 개의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공격하고 파괴했다"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레바논의 테러 목표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온 헤즈볼라가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당초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은 이날 오전 5시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미리 파악한 이스라엘군이 공격 15분 전인 4시 45분에 선제타격을 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던 미사일 발사대는 모두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후 IDF 측도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는데, 군이 레바논 남부 지역 목표물에 대해 선제타격을 가해 이를 무산시켰다고 밝혔다. 수천 개의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가 이날 약 10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 공격을 받아 동시에 파괴됐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1시) 안보 내각을 소집했으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 향후 48시간 동안 국가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우리나라를 수호하고, 북쪽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간단한 규칙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 누가 우리를 해치든, 우리도 그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이스라엘, 선제타격으로 우리 작전 방해? 거짓 주장"
헤즈볼라 측에서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주장을 부인하며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암살당한 데 대한 '대응 1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11개 군사기지를 타격했다"며 "320여 발의 카투샤 로켓을 발사했고, 무인기를 이스라엘 북부로 날려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첫 번째 단계가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다"며 "첫 단계는 이스라엘 병영과 위치를 목표로 삼아 이스라엘 내부 깊은 곳을 향해 공격용 드론의 통과를 용이하게 하는 것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는데, 이튿날인 31일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되며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이란 세력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또 헤즈볼라는 두 번째로 내놓은 성명에서 "오늘 군사 작전이 끝났다"면서도 "레바논 남부에서 선제 공격을 가해 작전을 방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모순된다"고 밝혔다.
또 헤즈볼라는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선제타격 주장과 관련해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26일 오전 0시)에 연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바논 언론 알마야딘도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이 효과적이었다는 주장은 순전히 이스라엘 국민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약 210발과 드론 약 20대가 발사됐고, 일부 발사체가 요격됐다고 반박했다. 32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는 헤즈볼라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수치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밝히면서도 사상자가 더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전면전 관심 없다"…인질·휴전 협상에 대표단 파견 예정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해 IDF의 레바논 공습을 설명하고, 양측은 역내 확전 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숀 세이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관리들에게 이스라엘 대응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계속 지지하고 지역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예상되는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먼저 공격했을 뿐 전면전을 벌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이스라엘 매체 채널 12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이스라엘 시민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공격 격화가 지속될지는 헤즈볼라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전면전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착륙이 중단됐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은 오전 7시부터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레반트 전략문제연구소의 사미 나데르 소장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이것이 작전 범위와 강도 면에서 큰 확대를 알리는 신호이지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모두 본격적인 전쟁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지쳐 있으며, 헤즈볼라는 레바논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2006년에 발생한 것과 유사한 전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1996년, 2006년 두 차례 전면전을 벌인 바 있다. 2006년 7~8월에 걸쳐 총 34일간 벌어진 파괴적 전쟁으로 레바논에서는 민간인 1200여 명이 숨졌고, 이스라엘 측에 발생한 사망자 160여 명은 대부분 군인이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무력 공방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인질·휴전 협상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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