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수장 하니예, 이란서 피살…"비겁한 이스라엘" 보복 예고(종합)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 방문
헤즈볼라 군사령관 사살 이어 중동 격랑
- 박재하 기자,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됐다. 이에 앞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살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으로 치닫고 있다.
31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역시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테헤란 거주지에서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 중이었다.
또 IRGC는 하니예의 경호원 1명도 그와 같이 살해됐다며 현재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현재 이란 최고 지도자 관저에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긴급 소집돼 하니예의 암살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면서 총리에 올랐지만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주도하는 파타와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이후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일방적으로 통치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이끌었다.
2017년 야히야 신와르에게 가자지구의 지도자 자리를 넘긴 하니예는 최근 카타르와 튀르키예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하마스의 정치 활동을 이끌어왔다.
특히 그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참여해 왔다.
하니예는 신와르와 하마스 군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알아루리 등과 함께 이스라엘의 암살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 알아루리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암살했으며 하니예 역시 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니예의 가족들도 잇따라 암살하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지난 4월에는 하니예의 아들 3명이 가자지구에서 사살됐으며 지난 6월에는 하니예의 누이와 그의 가족이 이스라엘군 공습에 사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마스와 가까운 분석가 이브라힘 마드훈은 NYT에 하니예의 사망이 하마스에 "큰 타격"이라면서도 하마스가 완전히 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하마스의 창설자 아흐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하고도 살아남았다며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레드라인(저지선)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하니예의 사망이 하마스를 약화할 것이라면서도 그가 하마스의 군사작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날 하니예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며 "보복이 불가피한 비겁한 행동"이라며 "(이스라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경고했다.
다만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하니예의 암살로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전날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NYT는 슈크르 사살 뒤 단 몇 시간 만에 하니예가 암살된 것을 두고 "대담한 도발행위"라고 평가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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