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투표율 40%로 사상 최저…"정치적 회의감에 기인"(상보)
21년 대선 48%·3월 총선 41%보다 낮아…투표 독려한 하메네이 '머쓱'
투표전 '선거는 서커스' 보이콧 움직임…개혁파 페제시키안 몰표, 깜짝 1위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망에 따라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투표율이 40%로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29일 제14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4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래 대선 최저 투표율은 2021년 대선의 48%였다.
지난 3월 치러진 총선 투표율은 41%로 총선 역사상 가장 낮았다. 이날 투표율 40%는 총선과 대선을 모두 합쳤을 때도 제일 낮은 수치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은 서방 제재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강경 일변도를 걷는 신정 지도부에 대한 국민적 회의감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특히 2022년 9월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소녀 마흐사 아미니가 구금 사흘 만에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선 반(反)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었지만,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회 변혁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점이 이란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연설에서 유권자들에게 친(親)서방 후보와 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적들을 침묵시키려면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개혁 성향의 이란인들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선거는 서커스'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나마 투표에 참여한 개혁 성향의 이란인들은 마지막까지 남은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국회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며 이날 예상 밖 돌풍을 일으켰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날 정오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 득표율 42.5%로 1위에 올랐다.
다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오는 7월 5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하메네이 충성파'로 꼽히는 핵 협상 전문가인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와 맞붙게 됐다. 잘릴리 후보는 이날 득표율 38.6%로 2위를 기록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국회의장는 13.8%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셰나크트 분석센터가 지난 10~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갈리바프 후보가 지지율 28.7%로 선두를 달리고 잘릴리 후보가 20%, 페제시키안 후보는 13.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개표 결과는 득표 순서가 거꾸로 나온 셈이다.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국경에 양국이 공동 건설한 댐 준공식에 참석한 후 헬기를 타고 수도 테헤란으로 이동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란 헌법 131조는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최대 5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선거 당국은 6월 28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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