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가자 50만명 '치명적 식량 부족'

부모 품에서 아사하는 어린이들…깨끗한 물도 없어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아이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02.28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8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아이들이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가자지구 주민 약 50만 명이 치명적인 수준의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CNN은 기근 위기에 직면한 가자지구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참상을 집중 조명했다.

식량도 깨끗한 물도 구하지 못해 아이들이 눈앞에서 굶어 죽어가는 처참한 현실에 부모들은 하염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9살짜리 아들을 품에 안고 병원을 찾은 가님 주마는 "내 눈앞에서 아들을 잃고 있다"라며 "아들이 치료받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아들의 얼굴은 움푹 들어간 채로 창백했고, 삐쩍 마른 팔과 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가자지구 중부 난민촌에 거주하는 이스마일 마디는 자신의 4세 아들이 영양실조로 황달을 앓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내 아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며 "이 모든 정치적 분쟁과 무관한 아들을 구해달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이후 며칠 만에 사망했다고 CNN은 전했다.

세계 식량 위기를 파악하는 국제기구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가자지구 전역이 3개월 이내에 기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재 가자지구 주민 50만 명이 치명적인 수준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상태로는 9월 말에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96%가 재앙적인 수준의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유엔 식량기구도 앞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집중되던 가자지구 북부와 마찬가지로 남부에서도 "재앙적인 수준의 기아"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식량 부족 외에도 가자지구 주민들은 깨끗한 물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는 지난 8개월간 계속된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수도와 위생 시설의 67%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가자지구 내 폐수처리장 5곳이 모두 폐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의 양에 "제한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구호트럭에 대한 검문과 육로 통행 제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강화 등으로 구호품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