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vs 정치적 생존…'진퇴양난' 네타냐후의 선택은?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싼 휴전과 전후 계획 수립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이 발표한 휴전안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이 나라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지만 극우 정당들은 휴전 성사 시 연립정부를 붕괴시키겠다고 협박하는 등 네타냐후 총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며 이 결정으로 가자지구 전쟁의 미래와 그의 정치 인생이 좌우된다고 보도했다.

먼저 미국은 이스라엘은 물론 하마스를 상대로 지난달 발표된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제안을 준수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휴전안은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으로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는 △6주간 완전 정전 및 이스라엘군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 철수와 일부 인질(여성·노인·부상자) 교환 △생존 인질 모두 교환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가자지구 주요 재건 계획 실시 및 사망한 인질 시신 유가족 송환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한 답을 미루던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와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휴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같은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군사와 통치 능력을 포기하고 인질을 모두 석방하지 않는 한 영구 휴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연정을 지탱하는 극우 정당들 역시 하마스 섬멸 없이 휴전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버티는 점도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이 경우 연정이 붕괴해 네타냐후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도 받는 상황이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관리할지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은 바 없다.

이에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야권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큰 비용을 떠안고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거나 하마스가 재등장하지 않도록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처럼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는 막대한 비용은 물론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예상되는 결정이다. 하지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의 전시 내각 탈퇴로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더는 무시할 수 없어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교전이 격화해 전면전 우려마저 나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WSJ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세가 몇 주 안에 끝날 수 있다며 이때가 네타냐후 총리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사령관을 지낸 이스라엘 지브는 WSJ에 "지금은 결정의 시기다"라며 "네타냐후는 더는 도망칠 수도, 지체할 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결정을 미룰수록 갈란트 장관마저 전시 내각을 떠나 네타냐후 총리를 거세게 압박할 수 있다고 지브는 덧붙였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