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진격 이스라엘군, 가자-이집트 완충지 장악…美 "표적 작전" 두둔(종합)
필라델피 회랑서 땅굴 20여개 발견…"하마스 무기 밀반입 통로 파괴"
라파 중심 점령하고 난민촌 공격…백악관 "대규모 지상전은 아냐" 일축
- 김성식 기자, 김예슬 기자,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김예슬 권진영 기자 =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중심부에 진격한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연결된 완충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서다. 인명피해를 우려한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스라엘군이 마지막 남은 미수복지 라파 침공을 사실상 강행하는 모습이지만, 미국은 하마스를 상대로 한 표적 공격이라고 두둔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군은 라파-이집트 국경의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을 전술적으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길이 14㎞짜리 필라델피 회랑은 이집트로 연결돼 있어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가자지구 내 유일한 육상로다. 이스라엘군이 이 회랑을 점령한 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후 19년 만이다.
하가리 대변인은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무기를 정기적으로 밀반입하는 데 산소 연결줄 역할을 했다"며 작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파 동부 회랑에선 대량의 무기가 들어 있는 1.5㎞ 길이의 땅굴을 발견해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회랑 일대에서 발견된 땅굴은 총 20개에 달하며 이중 일부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땅굴이라고 한다.
하가리 대변인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발견한 땅굴에 대해 이집트에 알렸으며 향후 밀수를 방지하기 위해 이집트 당국과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집트 고위급 소식통은 이날(29일) 자국 국영 알카헤라 뉴스를 통해 회랑 내 땅굴의 존재를 부인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라파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전쟁 장기화를 정당화하고자 이러한 혐의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 라파 동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린 이스라엘군은 이튿날 전차를 보내 이집트와 라파를 잇는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10일에는 전차로 라파 동부 일대를 포위했다. 그 사이 라파에 공습과 포격을 가했으며, 28일부터는 라파 중심부 알-아우다 모스크를 점령하고 본격적인 지상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 공세 수위를 서서히 올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은 건 아니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이 "회랑을 점령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들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표적화되고 제한된 방식으로 하마스를 쫓는다는 그들의 계획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그들이 라파에 대한 계획을 우리에게 브리핑했을 때,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그 회랑을 따라서 도시(라파) 밖으로 이동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여전히 라파 내 대규모 지상 작전을 반대한다며 "수많은 부대, 수만 또는 수천 명의 병력이 지상의 다양한 목표물에 대항해 기동하는 것이 대규모 지상 작전이지만,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스라엘군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피란민들이 집결한 라파를 상대로 전면 침공을 강행할 경우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해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도 이를 의식한 듯 라파 작전을 하마스 대원들을 대상으로 한 '근접 작전' '표적 작전'이라고 부르며 작전의 규모를 애써 축소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전차를 동원해 라파 중심부를 손에 넣은 데다 26일에는 라파 북서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바르카시트 난민촌을 상대로 폭격을 가해 피란민 35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4일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라파 공격 중지를 명령했고,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라파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알제리에 의해 발의됐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28일 라파 서부 난민촌에 포격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2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연말까지 강행하겠단 방침이다. 이날 차지 하네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성공을 공고히 하고, 하마스의 권력과 군사력을 파괴하기 위해 앞으로 7개월 동안 싸워야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승리는 하마스의 군사 능력을 파괴하고, 모든 인질을 구출한 뒤 가자지구의 위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