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당' 과반 실패?…대통령 선거격 '남아공 총선' 주목
ANC, 최소 201표 확보돼야 무난히 대통령 선출 가능
여론조사서 '50%' 찾아보기 어려워…연정 가능성도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총선(5월 29일)이 27일(현지시간)로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만델라 당'으로도 칭해지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통령 선거(대선)로도 칭해지는데, 보통 의회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회에서 과반인 최소 201표(총 의원 수 400명)가 확보되면 무난한 대통령 선출이 가능하다.
ANC는 '남아공 민주주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 담았던 당으로,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소수 백인들이 부·권력을 독점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종식 후 ANC는 줄곧 의회 과반을 차지해왔다.
즉 30년간 의회 과반을 지켜왔으며, 대통령 또한 항상 ANC 출신이 도맡아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도 ANC가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확히는 ANC가 여전히 '가장 큰 정당'이라는 타이틀은 유지하겠으나 과반을 차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ANC의 50% 수치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40%대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기존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39%를 기록했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끄는 ANC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32%를 기록한 높은 실업률, 지속적인 경제적 불평등, 부패 혐의, 잦은 정전, 높은 수준의 폭력 범죄 등이 원인이다.
가디언은 이와 함께 "세대 간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아파르트헤이트를 기억하는 고령층은 탄압의 시절을 거친 뒤 탄생한 ANC가 '불변의 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젊은층은 ANC에 대한 충성도가 고령층만큼 높지 않다.
투표용지에는 52개 정당이 명시돼 있는데, ANC를 제외하고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은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다.
가디언은 "최근 열린 DA 집회에는 훨씬 더 젊은 군중이 모였다"며 "여기에서 ANC에 대한 분노, 나이 든 남아공 흑인들의 충성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경제에 대한 개선 등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이뤄낸다면 꼭 ANC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움콘토 위시즈웨(MK)당, 경제자유전사(EFF) 등이 눈에 띄는 정당들인 가운데 특히 MK당의 존재는 ANC로서는 과반으로 가는 길의 주요 걸림돌이다. MK당은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여러 부패 의혹으로 중도 퇴진한 후 명예회복을 위해 창당했다.
주마 전 대통령에 대한 선거 출마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불허됐지만 총선 투표용지에는 그가 MK당 대표로 나타나는 등 ANC 출신인 그가 표를 분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ANC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두고 DA와의 연정 구성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AP는 "그러나 DA를 비롯한 주요 야당들은 ANC와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 이것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대신 ANC가 득표율이 낮은 여러 군소정당들과 손을 잡아 연립정부(연정)를 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총선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 치러지는 7번째 민주주의 총선이다.
약 6200만 명의 남아공 인구 중 2800만여 명의 등록 유권자들이 국가 및 지방의회 대표를 선출한다. 의회 400석 중 200석은 전국구(비례대표·파란색 투표용지), 또 다른 200석은 지역구(주황색 투표용지) 인사를 선출한다. 지방의회 관련 투표지는 분홍색이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치러졌으며, 최종 선거 결과는 6월 2일께 발표될 전망이라고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밝혔다.
다만 개표가 일찍 완료될 경우, 최종 결과는 좀 더 빨리 발표될 수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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