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이륙 45분 뒤 실종…처음 이륙 땐 날씨 좋아"

다른 헬기 탔던 비서실장 증언…라이시, 3대 중 1대에 탑승
"구름 피하라고 고도 높이라더니 돌연 연락두절"

1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텔레비전 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졸파 지역에서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2024.05.1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사고 경위와 관련한 추가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2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에스마일리 비서실장은 지난 19일 라이시 대통령과 댐 준공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오던 헬기 3대 중 1대에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후 1시쯤 모든 헬기가 이륙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기상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이륙 후 45분이 지나자 인근에 구름이 몰리면서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 조종사가 이를 피하기 위해 고도를 높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두 헬기는 고도를 높였지만 그사이에 비행하던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는 갑자기 사라졌다.

에스마일리 실장은 "구름 위를 30초간 비행한 후 조종사가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라며 나머지 헬기가 선회해 수색에 나섰다.

또 무선 장비를 이용해 라이시 대통령 탑승 헬기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신이 없었다. 이후 구름 때문에 고도를 낮추지 못하고 비행을 계속하던 나머지 헬기는 인근 광산 지대에 착륙했다.

에스마일리 실장은 헬기에서 내린 뒤에 사라진 헬기조종사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에 응답한 사람은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탑승했던 타브리즈 지역 이맘(Imam·종교지도자) 알리 알레하솀이었다.

알레하솀은 헬기가 계곡에 추락했다는 말을 반복했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에스마일리 실장은 전했다.

결국 라이시 대통령과 알레하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부 장관 등 9명 전원이 추락 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IRNA 통신은 "기체 결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고 발생 초기에는 짙은 안개와 등 악천후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아직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