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조종사는 모사드 요원?…SNS에 가짜뉴스 확산

농담으로 시작된 '모사드 연루설'…사실로 둔갑
방송 뉴스에서도 소개…하마스도 사실이라고 공유

20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추락한 바르자간 산악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4.05.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연루됐다는 거짓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장난으로 시작된 '모사드 연루설'이 별다른 검증 없이 한 뉴스 매체에서 소개되는 등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후 이스라엘 소셜미디어(SNS)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헬기 조종사는 '일라이 콥터'(Eli Kopter)라는 모사드 요원이다"라는 농담이 화제가 됐다.

'일라이 콥터'는 히브리어 이름인 '일라이'(Eli)와 영어 헬리콥터를 혼합한 언어유희지만 농담인 줄 몰랐던 일부 사용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에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증거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프랑스어 뉴스 채널 i24뉴스의 정치분석가 다니엘 하이크는 방송 도중 "헬기 조종사가 일라이 콥터라는 모사드 요원이라는 소식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런 루머가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장면은 다수의 친이스라엘 성향의 텔레그램 계정에 사실인 것처럼 공유됐으며 심지어 현재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공식 텔레그램 계정에도 공유됐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실제로 모사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저명한 핵 과학자 등 적들을 암살해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국가원수의 암살은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 IRNA 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기가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 당국은 공식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당시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로, 기령이 20년 넘은 노후기종으로 추측된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