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공격 당일 국내서 '히잡 단속' 강화"

이란 당국, 대대적인 히잡 단속 캠페인 시작
이스라엘과 대치하며 국내 반전 여론 등 탄압

이란에선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돼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이 모여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을 당시 국내 히잡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스라엘이라는 외부의 적과 대치하는 동시에 국내 반정부 여론을 잠재우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바살리 모하마디안 테헤란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오늘부터 테헤란과 다른 도시의 경찰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당국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는 새로운 캠페인, 이른바 '누르'(Noor·빛)를 시작한 데 따른 조치다.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테헤란에서 도덕경찰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젊은 여성을 차량으로 연행하거나 폭력적으로 구금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이란에서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가 구금 중 의문사했다.

이후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히잡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는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졌다. 이에 이란은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고 지난해에만 800명 이상에게 사형을 집행한 바 있다.

이번에 히잡 단속 강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커진 국내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테헤란의 한 인권운동가는 로이터에 이번 단속 강화가 "반전 시위를 막고 이스라엘과의 분쟁 도중 국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사회에 공포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공격한 당일에 경찰이 거리에 넘쳐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불안이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이는 이란이 주적인 이스라엘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권력을 강화하려는 통치자들의 전략이다"라고 꼬집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복장 규정을 위반한 여성들은 물론 모든 반정부적 행동을 단속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이란 반정부 매체들은 지난 며칠간 히잡을 미착용한 여성 외에도 언론인, 변호사, 학생 등이 "여론 선동" 등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