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류에도 네타냐후 "승리" 다짐…이란 보복 경고 속 중동 확전 우려(종합5보)

미사일·드론 300개 99% 요격…군 시설피해·민간인 12명 부상에 그쳐
이란 "영사관 보복, 이로써 종결"…이스라엘·요르단도 영공 재개방

이란이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무더기로 발사한 14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이를 요격하기 위한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2024.04.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정지윤 정윤영 기자 김현 특파원 = 영사관을 공습받은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감행한 지 약 5시간 만에 모든 공격이 일단락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던 중동 지역 긴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해서도 승리하겠다고 천명해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주둔 미군기지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 같은 방어를 다시 한번 약속했지만, 물밑에선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여는 등 외교의 공간을 마련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란이 발사한 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는 3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공격용 드론 170대 △탄도미사일 120발 △순항미사일 30발을 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99%가 이스라엘군의 방공망과 전투기에 의해 대부분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하가리 소장은 강조했다. 그는 "30발의 순항미사일 중 이스라엘 영공을 통과한 건 단 한 발도 없었다"며 "탄도미사일 120발 중 이스라엘 영공을 넘어온 건 몇발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의 높은 요격률 덕분에 관련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네바팀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졌지만 기반 시설 피해가 경미해 기지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에 보고된 민간인 피해는 10세 소녀 1명이 요격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민간병원이 집계한 민간인 피해도 제한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남부도시 베르샤바에 위치한 '소로카 메디컬센터' 대변인을 인용해 인근 지역에서 12명이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상자는 7세 소녀 1명이며 8명은 요격 파편에 맞아 경상을 입었다. 3명은 심리적 불안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한 이후 테헤란에서 이란인들이 거리로 나와 팔레스타인과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4.04.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배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4.14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란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다마스쿠스 영사관이 공습받은 데 대한 앙갚음을 모두 마쳤다는 입장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 문제는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은 점령지 골란고원과 남부 일대 주민들에게 내린 방공호 대피 준비 권고를 철회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라크는 이날 자정을 전후로 폐쇄했던 자국 영공을 개방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모하메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방송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 경우에 우리의 대응은 밤사이 군사행동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국이 지원한다면 중동 주둔 미군 기지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란 정부가 스위스를 통해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발사를 대부분 격추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승리하겠다'고 말해 보복 공격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엑스에서 "우리는 (이란을) 요격하고 격퇴했다"며 "우리는 힘을 합쳐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앞서 주재한 긴급 내각 회의에서 '전례 없는 대응 계획'을 승인했다고 현지 매체 채널12는 전했다.

미국은 이란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 같은 방어를 재확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철통같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며, 이란의 이 같은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복귀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뒤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선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 대응에 대한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어떠한 보복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도 미 정부 고위 관료의 전언을 빌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높은 요격률로 피해를 최소화한 만큼 오늘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추켜세우며, 향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어떠한 공격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미국은 참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양측이 주춤한 사이에 외교적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회의 소집을 요구한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뉴욕 유엔본부에서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각 15일 오전 5시)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회원국 정상과 화상회의를 갖고,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습과 관련해 국가 안보팀 구성원들과 회의를 가지고 있다. 2024.04.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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