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선 승리…에르도안 대항마 자리 굳힌 이마모을루[피플in포커스]
2019년 이스탄불 시장 두 번 거치며 일약 스타로 떠올라
라이벌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행보와 닮은 꼴 눈길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제치고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남자'가 주목되고 있다.
주인공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70) 현 대통령을 상대할 야권 대권주자로 더욱 자리를 굳히게 된 이스탄불 현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52)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토록 막고 싶어 하던 시장 재선에 성공하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이스탄불을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970년 소규모 건설업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1995년에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가족 사업에 몸 담았다가 2008년 CHP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이스탄불시 베일릭뒤쥐 구청장으로 당선됐고, 2019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야권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당시 이마모을루 시장은 CHP 소속 이스탄불 시장 후보로 AKP 정권의 2인자로 지칭됐던 전직 총리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를 0.2%포인트(p) 차로 앞서면서 신승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AKP가 이의 제기를 하면서 선거가 무효 처리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전화위복의 상황을 가져왔다. 3개월 뒤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8%p 격차로 이을드름 후보를 따돌리면서다.
이로써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스탄불에서 25년간 이어진 AKP 통치의 종료를 선언하게 됐다. 그는 중앙 정치무대의 신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가 된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후 '정치적 견제'를 받게 된다.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 결과를 무효로 처리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바보"(idiots)라고 발언했다는 이유(공무원 모욕죄)로 그는 재판에 넘겨져 2022년 2년 7개월의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 명령을 받게 된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바보' 표현은 자신에게 먼저 '바보'라고 말했던 당시 내무장관을 겨냥했던 것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즉각 항소했다.
항소 법원은 아직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는데, 항소 결과 유죄로 확정될 시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든 정치 활동은 금지된다.
2023년 5월 대선 때 이마모을루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같은 당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과반 확보를 저지하긴 했지만,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승기를 내어준 가운데 2028년에 있을 대선에선 이마모을루 시장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사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닮은 꼴 행보'로도 눈길을 모은다.
두 사람 모두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스탄불을 이끌었고(이스탄불 시장), 동부 흑해 지역에 가족의 뿌리를 두고 있다. 정치적 판결 탓에 행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젊은 시절엔 두 사람 모두 열성적인 축구 선수이기도 했다는 점이 같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며 "에르도안은 이슬람주의 정당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반면 이마모을루는 철저한 세속주의(정치와 종교의 분리)인 CHP 출신"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마모을루는 CHP의 전통적 세속주의를 강조하기보다는 민생 문제 해결에 공을 들이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이슬람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행보를 보여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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