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가자지구는 지구서 가장 큰 야외 공동묘지"
보렐 "가자는 인도주의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들이 묻힌 무덤"
세계식량계획 보고서 "가자 인구의 절반은 재앙적 기아에 직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가자지구를 세계 최대의 '야외 공동묘지'로 만들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장관회의에서 "가자지구는 전쟁 전에는 가장 큰 야외 감옥이었고, 지금은 가장 큰 야외 공동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는 수만 명의 무덤이자 인도주의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들이 묻힌 무덤"이라고 꼬집으며, 이스라엘이 구호물자를 이송하는 트럭 진입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기근을 '전쟁 무기화'하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이 기근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엔 세계식량계획(IP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 명은 치명적 식량 불안정을 속에 "재앙적인 기아"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현재 북 가자지구 등에서 기근이 예상되고, 임박했으며 2024년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기근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며 "모든 증거는 사망과 영양실조의 가속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스 벡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차장은 "전체 인구의 50%가 기근에 가까운 재난 수준의 기아에 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에 억류된 130여명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는 사망한 인질 33명도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파괴하고 포로들을 해방시키겠다며 가자지구에 폭격과 지상 공세를 지속해서 벌여왔다. 이런 상황 속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난민들이 집중돼 있는 남부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한 바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3만17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총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하는 국가와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이 강한 회원국으로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단합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EU 장관들은 이날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이스라엘과의 협력 협정을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만장일치는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자행한 성폭력 혐의와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착민에 대한 제재에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과 미국은 소수의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착민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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