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거서 강경파 압승…투표율 40%로 이슬람혁명 이후 최저치

의회 290석 중 온건파 30석 확보에 그쳐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24.03.0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란에서 의회(마즐리스) 총선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 등 두 번의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에 대한 비관, '히잡 시위' 이후 정부를 향한 분노와 무력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3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6100만 명에 달하는 이란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난 1일 의회 선거와 함께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1%에 머물렀다. 수도 테헤란의 투표율도 24% 수준이다.

이란 내무부는 아직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선거의 투표율은 62%였다.

이란은 신을 대리하는 성직자가 종신 집권하는 신정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 최고지도자가 입법·행정·사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 8년의 위원 88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이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다.

의회나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 후보자들은 사전에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로부터 출마를 승인받아야 하므로, 사실상 최고지도자가 의회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구성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구조다.

일례로 2015년 역사적인 핵 합의를 타결했던 개혁파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 출마를 금지당했다.

앞서 지난 2016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 선거에서는 보수파 인사들이 대거 낙선했는데, 현재 대미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필두로 보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파가 권력을 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비공식 결과에 따르면 온건파 후보들은 강경파 후보들에게 크게 패했다. 약 30명의 온건파 인사들만이 290석으로 구성된 의회 진출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선거는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정작 이란 국민은 '짜고 치는' 선거 과정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를 '가짜'라고 표현했고,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도 "자유롭고 참여적이며 경쟁적인 선거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테헤란의 하미드(22)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내 투표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투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개혁파 신문 함미한은 '침묵하는 다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싣기도 했다.

개혁주의 활동가인 사이드 샤리아티는 "테헤란 주민 80%, 전 국민 60%가 투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국에 평화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FT에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시위 이후 반대 의견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강화됐다. 사형 집행률이 증가하고, 보수적인 법률이 강화됐다"며 "그동안 국가 경제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나라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도 치솟았다"고 낮은 투표율의 배경을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