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피격 그리스 화물선, 예멘 아덴항 도착…"의도한 공격 아냐"

화물선 '씨 챔피언' 20일 입항…옥수수 4만t 예멘내 하역 예정
'루비마르' 침몰에 선박 우회령…"이스라엘 화물선·美함정 피격"

지난해 11월 예멘 후티반군에 나포된 자동차운반선 '갤럭시 리더호'가 예멘 국기와 팔레스타인 깃발을 달고 예멘 호데이다항에 정박한 모습. 2023.11.2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그리스 해운사가 소유한 화물선 '씨 챔피언호'(Sea Champion)가 아덴만 해상에서 피격된 지 하루 만에 예멘 남부 아덴항에 도착했다. 선박을 공격한 후티반군은 의도한 공격이 아니었다는 뜻을 항만 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앞서 피격된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Rubymar)가 사흘째 침몰 중인 데다 이스라엘 화물선과 미군 함정이 추가로 피격됐다는 주장도 제기돼 한동안 잠잠했던 반군의 해상 도발이 본격 재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그리스 해운사 메가 쉬핑이 소유한 그리스 선적의 씨 챔피언호는 예멘 정부군이 통제하는 아덴항에 입항했다. 아덴항 당국 소식통은 옥수수 약 4만톤(t)이 실린 씨 챔피언호가 아덴항에서 9200t을 하역한 뒤 나머지 3만1000t은 후티반군이 장악한 예멘 서부 호데이다항에 내릴 예정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그러면서 아덴항 소식통은 후티반군의 씨 챔피언호 공격은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호데이다항 소식통도 후티반군이 의도적으로 씨 챔피언호를 공격한 건 아니었다고 항만당국에 통보했다고 했다. 식량난이 심각한 예멘 전역에 옥수수를 납품하는 화물선에 반군이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씨 챔피언호는 아르헨티나에서 곡물을 선적한 뒤 아덴항으로 향하던 도중 전날(19일) 아덴항 앞바다에서 탄도 미사일 2발에 피격됐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해운당국 소식통은 이날 로이터에 씨 챔피언호의 창문이 깨졌지만 경미한 시설피해에 그쳤으며 선원 모두 무사하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한때 미국 해운사가 소유했던 선박이라고 덧붙였다. 공격 당일 후티반군이 미국 선박을 겨냥했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해와 이어지는 아덴만에서 영국 유조선 ‘말린 루안다’가 전날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아 화염과 연기가 솟아 오르는 모습. 2024.1.2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와 달리 지난 18일 피격된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흘째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해와 아덴만 사이에 위치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는 운항 중인 선박들을 대상으로 루비마르호를 우회하라는 경고가 발령됐다. 루비마르호에 접근할 경우 함께 침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선원 전원은 전날 구조됐다.

가자 전쟁 발발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30여차례 선박 공격을 이어온 후티반군이 선박 격침에 성공한 건 루비마르호가 처음이었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국제 해양당국 관계자들은 후티반군이 침몰 중인 루비마르호에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후티반군이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수중로봇(UUV)을 처음으로 파괴했다.

후티반군이 루비마르호와 씨 챔피언호를 차례로 공격한 건 일주일 만이다. 후티반군은 지난달 26일 영국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Marlin Luanda)와 이달 12일 이란행 옥수수 화물선 '스타아이리스호'(Star Iris)를 끝으로 선박 명중에 실패했다. 그사이 선박 공격 시도도 총 세번에 그쳤다. 지난달 12일부터 미국과 영국이 예멘 내 무기고와 미사일·무인기(드론) 발사대에 수차례 표적 공습을 단행, 반군 군사력을 꺾은 결과로 풀이됐다.

그러나 루비마르호와 씨 챔피언호에 이어 이날도 후티반군이 선박 명중에 성공하면서 홍해 항로 위협이 다시 부상했다. 후티반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날 아덴만에서 이스라엘 화물선 'MSC 실버호'(MSC Silver)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해·아라비아해에 있던 미 해군 함정과 이스라엘 남부 휴양도시 에일랏의 시설도 드론을 사용해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 해양보안업체 앰브레이(Ambrey)는 이스라엘 해운사 ZIM이 소유한 라이베리아 선적 MSC 실버호가 이날 소말리아로 향하던 도중 아덴만에서 피격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에 미군의 MQ-9 리퍼 드론 1대가 전날 호데이다 근처에서 후티반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전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