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반군 공격에 英 화물선 첫 침몰 위기…선원 전원 긴급 탈출

英 루비마르호 홍해상에서 침몰중…선원 20명 다국적군에 구조돼
후티 미사일에 최초로 선박 격침…19일에도 美상선 2척 추가피격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해와 이어지는 아덴만에서 영국 유조선 ‘말린 루안다’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화염과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4.1.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홍해상에서 예멘 후티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영국 선박이 침몰 위기에 처해 선원 전원이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가자 전쟁을 계기로 선박 공격을 벌여온 후티반군이 실제 선박 격침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추가 공격까지 2건 발생하면서 미국·영국의 공습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반군의 해상 도발이 본격 재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후티반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영국 루비마르호(Rubymar)의 승무원들은 현재 무사하지만 선박이 심하게 손상돼 침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박 보안회사 LSS-SAPU는 루비마르호에 물이 들어차 선원 20명 전원이 인근국 지부티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선사는 배에 남은 인력이 전무한 만큼 선박 예인을 검토 중이다.

영국 사우샘프턴 소재 선사가 소유한 벨리즈 선적의 건화물선 루비마르호가 탄도미사일에 피격된 건 전날(18일) 오후 아덴만을 지나 홍해와 연결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진입했을 때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후티반군이 장악한 예멘에서 대함탄도미사일 2발이 루비마르호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확인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다국적군이 루비마르호에 접근해 선원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석달간 이어진 후티반군의 해상도발은 30여차례에 달했지만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에 선박이 격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미사일과 드론은 선박을 비껴가거나 화재 등 비교적 경미한 시설피해만 입혔다. 이날 영국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무모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루비마르호 피격 이후 24시간 동안 후티반군이 선박 2척을 추가로 공격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선사가 소유한 그리스 선적의 건화물선 씨챔피언호(Sea Champion)는 이날 아덴만에서 두차례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아 창문이 훼손됐고 이후 같은 날 또 다른 건화물선 나비스 포르투나호(Navis Fortuna)도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표적이 됐다. 후티반군은 피격된 2척 모두 미국 선박이며 이날 미군의 MQ-9 리퍼 드론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불과 하루 만에 후티반군이 총 선박 3척을 공격하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6일 아덴만에서 영국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Marlin Luanda)가 피격된 이후 잠잠해졌던 반군의 해상 도발이 재개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반군이 표적으로 삼은 선박은 4척에 불과했고 가장 최근 피격된 12일 이란행 옥수수 화물선 1척을 제외하면 모두 명중에 실패했다.

도발이 3주간 소강상태에 접어든 건 미국과 영국이 세 차례에 걸쳐 합동 공습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은 후티반군이 홍해 상선을 위협하고 급기야 자국 함정에도 미사일과 드론을 날리자 지난달 12일, 23일과 이달 3일 예멘 내 후티반군의 무기고와 미사일·드론 발사장을 대상으로 표적 공습을 단행했다. 또한 미군은 이와 별도로 10여차례 반군 무력화 작전을 진행했고 이날도 후티반군의 수중드론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