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두 번의 선거' 치르는 이란, 美·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은?

강경파 득세로 중동 긴장 완화는 어려울 듯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후임에도 강경파 예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2023.11.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3월 치러지는 이란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에서는 3월1일 의회(마즐리스) 총선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 등 두 번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란은 신을 대리하는 성직자가 종신 집권하는 신정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 최고지도자가 입법·행정·사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 8년의 위원 88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최고지도자를 임명한다.

현재 84세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임명할 차기 최고지도자가 하메네이처럼 반서구적인 세계관을 공유한다면,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는 추후에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하메네이의 후임자가 서방과의 관계에 좀 더 개방적인 인물일 경우, 이란과 미국 간 긴장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앞서 지난 2016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 선거에서는 보수파 인사들이 대거 낙선했다. 당시 외신들은 하메네이가 병에 걸린 상태라고 전하며, 그의 신병에 이상이 생길 경우 개혁파가 개혁적인 성향의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2024.01.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현재 대미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필두로 보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온건한 인물이 하메네이의 후임자로 임명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2015년 역사적인 핵 합의를 타결했던 개혁파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선거 출마를 금지당하며,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데 강경파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회 총선 역시 현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의회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290명으로 구성된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대리인인 헌법수호위원회의 사전 자격 심사를 거친 이들에게만 출마가 허락된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센터 담당자인 가렛 나다는 "헌법수호위원회가 이미 개혁파, 중도파,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많은 후보의 출마를 금지했기 때문에 보수파와 강경파가 향후 4년 동안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수파는 강경파보다는 더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선호하지만, 두 세력 모두 중동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중동 지역 친(親)이란 세력을 지원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현 중동 정세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도 이번 선거는 주목받지만, 정작 이란 국민들은 '짜고 치는' 선거 과정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흐무드 바에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3분의 1 미만이 투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테헤란에서는 투표율이 13%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테헤란 시민 아미르 레자는 FT에 "우리가 투표한다면 이 정권에게 합법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며 "적어도 선거 보이콧을 통해 그들의 정책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