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연이틀 주변국 공습…"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다" 으름장

이라크·시리아·파키스탄 공습…각국 "주권침해" 반발
폭탄 테러로 분노 잠재우고 美·이스라엘엔 경고 차원

17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에르빌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란 공습에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다 휴식하고 있다. 2024.01.17/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란이 이틀 연속 주변국의 "반(反)이란 세력"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최근 자국 내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벌인 이란의 공격은 국내 여론을 안정시키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 언제라도 직접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16일)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 근거를 둔 무장단체 자이시 알아들(Jaish al-Adl)의 군사기지 두 곳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 공격으로 "무고한 어린이 2명"이 사망했다며 "명백한 주권 침해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파키스탄은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현재 출국 중인 파키스탄 주재 이란 대사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란은 바로 전날에도 이라크 북부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첩보기관 시설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기지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역시 이를 두고 "주권 침해"라며 이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소하겠다고 반발했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아왔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3일 (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남쪽 케르만에서 발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 폭발 현장에 파손된 차량이 보인다. 2024.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란이 돌변하게 된 계기로는 지난 3일 자국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사건이 꼽힌다.

당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 도중 2건의 폭탄 테러가 발생해 84명이 숨졌고 이후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이에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우리는 이에 맞서 순교자들이 흘린 피에 대해 보복해야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을 두고 NYT는 복수의 이란혁명수비대(IRGC) 관계자를 인용해 "국내 여론과 해외의 군사 동맹들을 안심시키고 이스라엘과 미국, 테러 단체들에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 반격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내 반이스라엘·반미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끌고 있음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말로만 강경하게 반발하고 헤즈볼라와 후티를 통해서 물밑에서만 관여했지만 테러 사건으로 국내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직접적 군사 행동에 나선 셈이다.

모하메드 레자 아쉬티아니 이란 국방부 장관은 국영 언론을 통해 "우리는 세계적인 미사일 강국"이라며 "이란을 위협하려는 곳 그 어디든 우리는 대응할 예정이며 이는 분명 비례적이고 강인하며 단호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 알 부레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24.1.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내포돼있다. 아흐마자데 케르마니 전 이란 부통령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 "이스라엘의 가짜 정권이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면 다음 25개월이나 25년이 아닌, 당장 25일 앞의 미래가 없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도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학살이 멈춘다면 이 지역의 다른 위기와 공격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중동에 등장할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기회를 막으려 하며, 이런 능력을 차단하기 위해 동시에 많은 전선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이 이처럼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면서도 확전만큼은 막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이란은 공격의 규모를 제한해 이스라엘과 미국 등과 직접 싸우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보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란은 파키스탄의 반발을 의식하며 "파키스탄과는 형제의 나라다"라며 "테러단체만 표적 공습한 것이다"라는 해명을 급히 내놓기도 했다.

또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첩보 활동 정보를 이라크와 공유해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파키스탄 국기가 관용 차량에 장식돼 있다. 2023.08.1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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