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라파엘 상륙한 쿠바 전역에 2주만에 또 정전…7만 명 대피
15개주 중 9개주 경보 발령…주민 7만 명 대피·전력 시스템 중단
주민들, 정전으로 허리케인 소식 접하지 못해 '답답'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허리케인 '라파엘'이 상륙한 쿠바 전역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18일 쿠바 전역에 정전이 발생한 지 1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발생한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6일(현지시간) 3급 허리케인인 라파엘은 쿠바 서부의 아르테미사주의 플라야 마하나 해변 동쪽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NHC에 따르면, 라파엘이 수도 아바나에서 서남부로 약 65㎞ 떨어져 있으며 시속 185㎞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 기상학자들은 이에 따라 치명적인 폭풍 해일과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아바나를 포함한 쿠바의 15개 주 중 9개 주에 폭풍 경보가 발령됐다. 또 아르테미사주와 쿠바섬 서쪽 끝의 피나르델리오주 주민 7만 명은 집을 떠나 대피해야 했다.
쿠바 서남부의 해안 마을은 가니마르에 사는 농부 마리솔 발레(63)는 집에서 대피한 뒤 자기 물건을 챙기기 위해 잠시 집에 돌아왔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뒤 "영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사주 칸달라리아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고 잔해가 거리에 널려 있었다. 인구 200만 명이 사는 아바나도 거리가 텅 비어있었고, 상점가도 문을 닫았으며, 주유소도 연료 펌프를 제거하고 대중교통도 중단됐다.
쿠바 국영 신문 그란마에 따르면, 아바나와 리조트 도시인 바라데로 등 서부 지역의 공항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허리케인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위원회를 가동하고 군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며 "국민과 물질적 자원을 지키기 위해 각 장소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쿠바는 1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른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게 됐다. 쿠바의 국영 전력 회사인 유니언 일렉트리카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라파엘로 인한 강풍 때문에 국가 전력 시스템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쿠바는 지난달 18일 최대 발전소인 안토니오 기테라스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나흘간 쿠바 전역의 전력망이 마비됐고 1000만 명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했다. 또 이때 허리케인 '오스카'가 쿠바를 통과하면서 8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가중됐다.
정전으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라파엘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아바나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알퀴자르 마을의 리셋 에레라(57)는 6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라파엘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쿠바는 전력 시설이 노후화되고 주요 우방국인 러시아, 멕시코,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대한 수출을 줄이면서 연료 수급난이 심해졌다. 또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강화된 금수 조치와 경제 제재, 관광 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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