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다' '쿠데타 뒤엔 항상 미국' 말폭탄 속 베네수 대선일 밝아

여론조사서 야당 후보 앞서지만 공정 선거 이뤄질 지 의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선거 편수막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베네수엘라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 "쿠데타 뒤에는 항상 미국이 있었다" 등 여당의 위협적인 말이 나온 가운데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선거일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10년 만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피바다'를 예고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결과 찬탈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AFP통신 및 NHK방송 등에 따르면 약 21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이날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3만개의 투표소에서 투표하게 된다. 6년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3선에 도전하는 마두로 대통령(61)과 외교관 출신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의 2파전이 예상된다.

독립 여론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는 25포인트 앞서, 여당에는 수년래 가장 큰 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기구가 여당 편향이고, 군부 지도부 등이 여당을 후원하고 있어 일부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를 '훔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가들 역시 곤살레스 후보가 이기더라도 마두로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민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부패 혐의에 연루되어 대선 출마가 금지되면서 마두로 대통령이 쉽게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신 출마한 곤살레스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여당의 입은 험악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유세 현장에서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운명은 28일에 승리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베네수엘라가 피바다가 되길 원하지 않고 파시스트들의 산물인 내전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큰 승리를 거두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현지 방송에 따르면, 집권당 통합사회주의당 소속 디오스다도 카베요 전 국회의장은 최근 미국 정부를 '제국주의'라고 부르며 "제국주의는 항상 쿠데타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선거 이후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 야당 책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사회주의'를 폈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뒤 2013년 마두로 정권이 출범했지만, 경제는 더 악화하기만 했다.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좋았던 시절의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약 770만명의 국민이 생활고와 치안 악화로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2018년 마두로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서방과 남미 국가가 인정하지 않아 '1 국가 2 대통령' 시기가 이어지는 극도의 정치 혼란도 발생했다. 그간 수년간의 강력한 서방 제재에도 쿠바, 러시아, 중국의 지원을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권좌를 유지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