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도 '빨리빨리' 문화 배워야…경제안보 협력 기대"[대사에게 듣는다]
페데리코 꾸에요 까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인터뷰
"지정학적 위기 속 매력적 협력국…중남미도 주목해달라"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에서 중추적인 국가가 되려는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완벽한 후보다."
페데리코 알베르또 꾸에요 까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 도중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협력 관계를 이같이 표현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4년이 되는 꾸에요 대사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에 놀랐다며 그 성공 방식을 도미니카공화국에도 이식할 필요가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이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의 한가운데에 있어 경제적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국가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갱단 범죄로 무법천지로 변한 이웃 국가 아이티와 관련해서도 꾸에요 대사는 "한국의 국경 관리 모델을 본받기 위해 안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꾸에요 대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부임한 지 4년이 돼간다. 한국이 그동안 있었던 나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빨리빨리'의 나라라는 점이 실감 난다. 한국은 시간에 매우 엄격하고 최대한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나라지만 중남미에서는 '시간이 돈이다'라는 개념이 약해 여유로운 편이다. 도미니카공화국도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
한국은 특히 역사를 기억하며 이를 소중히 여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전쟁 당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기여했고 한국은 이를 기억해 줬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사로서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문이 첫날부터 열려있었다.
-한국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조금 생소한 편이다. 어떤 나라인지 설명 부탁한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에서 중추적인 국가가 되려는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완벽한 후보다. 특히 한국의 경제 안보 목적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중남미에서 가장 큰 시장은 아니더라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며 유럽과 미국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있다. 이를 활용해 현지 시장은 물론 아니라 유럽과 미국으로도 수출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자연경관과 바닷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미니카공화국 여행객 중 97%는 재방문한다는 통계도 있다. 근처 동남아시아도 좋지만 도미니카공화국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관광지다.
-외교관의 길을 걷기 전 경제학자로 일했는데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됐나.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일하다 재정부 장관의 경제 자문을 맡게 됐다. 이후 국제 통상 분야와 다자 및 양자 통상 관계 협상 등을 담당했다. 이렇게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을 상대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교로 입문하게 됐다.
처음 맡은 직책은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였으며 이후에는 브뤼셀에서 EU 대사로 근무했다. 그 뒤엔 유엔 대표부 대사로 임명받았고 이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기획하는 업무에 참여했다. 유엔 대사 이후에는 영국 대사로 부임했고, 그 뒤로 카타르를 거쳐 한국까지 오게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이 한국과의 협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있다면.
▶한국과는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의 효율적인 배분도 필수적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전기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다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전력 손실 비율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이를 제대로 단속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우리도 이를 배우기 위해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미니카공화국은 수소 생태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아동보호시설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내 덕분이다. 아내는 현재 대사배우자협회의 회장인데, 협회에서 이러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는 보호시설에서 자라나는 아동이 약 3만5000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보살피는 보호시설은 정말 훌륭하지만 이들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아이들이 커서 시설을 떠나도 이들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들에게 일종의 멘토가 돼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국가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웃 아이티에서 치안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이티의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정치적 안정 없이는 경제적 안정도 없고 경제적 안정이 없이는 정치적 불안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탓에 아이티 주민들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우리 국경을 넘고 국립공원에서 삼림을 벌채해 이를 다른 곳에다 파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경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적외선 카메라와 드론 등을 동원한 한국의 국경 관리 모델을 본받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기 주한 중남미외교단(GRULAC) 단장으로서 한국과 중남미 간의 협력이 그 잠재력에 비해 아직 충분히 강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한국의 제2의 교역 대상일 정도로 중요도가 높지만 중남미 국가들도 이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아세안보다 비슷한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더 넓은 영토와 더 풍부한 지하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중간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무역의 요충지가 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공급망 다각화가 중요해졌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 중남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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