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 '美 턱밑' 쿠바에 정박…'러 본토 타격 허용'에 대한 반발 가능성

"핵무기 없어…주변 지역에 위협 안돼"

러시아 '고르쉬코프' 제독함이 12일(현지시간) 쿠바 해역에 도착했다. 24.06.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해군 호위함과 핵추진 잠수함 등 해군 함정 4척이 미국 턱밑인 쿠바 아바나항에 도착했다. 미·러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카잔'과 '고르쉬코프' 제독함 등 해군 함정 4척이 카리브해에서 군사훈련을 앞두고 이날 쿠바 해역에 도착했다.

'카잔'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고르쉬코프'는 러시아 해군의 최신한 중 하나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함정이 쿠바에 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4척의 동시 기항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선박들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쿠바에 입항해 머물 예정이다.

이들은 쿠바로 향하던 중 대서양에서 600㎞ 이상 거리에 있는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미사일 훈련도 실시했다.

쿠바 측에서는 러시아 해군 함정의 입항은 우호국 간 이뤄지는 표준 관행을 따른 것이며 선박에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이전에도 이런 일을 본 적이 있고, 이런 일을 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지난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박이 카리브해에서 항해하는 동안 핵무기가 작동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훈련의 시기를 고려했을 때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쿠바 전문가 윌리엄 레오그란데는 AP통신에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키웨스트에서 불과 100마일(약 161㎞) 떨어져 있으며, 훈련 시기도 '표준 관행' 이상을 시사한다"며 "러시아 군함 방문은 러시아가 미국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바이든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푸틴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BBC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작전을 러시아의 무력 행사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며 "확실히 이는 러시아가 미국의 뒷마당에 간섭하고 있다는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쿠바는 미 플로리다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이번 기항의 목적은 미국 견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