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계속된 정전·시위에 러시아산 원유 또 공급받는다

러시아 유조선 29일 원유 71.5만배럴 싣고 가는 중
"35일 간의 수요 충족시킬 것"

11일 (현지시간) 러시아 해군 훈련함 페레코프가 쿠바 아바나 항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3.7.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29일 가봉 선적의 유조선을 통해 71만5000배럴의 원유를 쿠바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러시아가 쿠바에 원유를 공급하는 건 1년 만이다.

지난 9일 발트해에서 출발한 러시아 유조선은 아바나 정유 공장에 원유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섬으로의 원유 수송을 추적하는 텍사스대 에너지연구소 호르헤 피뇽 연구원은 "이 선박은 약 35일 동안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공산 국가 쿠바는 대규모 정전 사태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달 초에는 202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에 빠진 쿠바는 다시 한번 러시아에 신세를 지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동상 제막식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쿠바 경제학자인 오마르 에베르레니 페레스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러시아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에 연료와 밀, 비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쿠바 사이에는 분명히 많은 정치적 친선 관계가 있으나 실제로 거리의 주민들은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옛 소련은 수십 년간 쿠바의 가장 큰 지지자였다. 소련 붕괴 이후 쿠바는 수십 년간 고난을 겪었다.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무너지고 기아 문제가 대두했다.

블룸버그는 한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쿠바의 사회 복지제도 또한 위태로워졌다고 전했다. 쿠바는 최근 어린이들에게 먹일 분유를 유엔에 요청했다. 만성적인 밀 부족으로 정부의 식량 배급량도 꾸준히 감소했고 몇 주씩이나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쿠바는 위기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경제 협정에 서명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면서 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랜 후원국인 베네수엘라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베네수엘라는 2020년까지만 해도 쿠바에 하루 약 8만 배럴의 연료를 공급했으나, 그 양은 최근 3만5000배럴로 줄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또한 매일 약 2만5000배럴의 원유를 보내고 있으나, 멕시코는 이에 대한 값을 받아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러시아 외에 쿠바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나라가 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전임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 시절 악화한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며 미국발 제재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쿠바에 분유·쌀·대두·옥수수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미국 관리들에게 쿠바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안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도 철회해 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한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최근 TV 인터뷰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가 직면한 에너지 박해"라며 미국의 제재와 외화 부족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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