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가이아나, 베네수에 유전지대 뺏길 위기…"유엔에 도움 요청할 것"
마두로 정권, 3선 불투명해지자 에세키바 놓고 국민투표 실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남미 가이아나가 100년 이상 실효 지배한 유전지대 '에세키바'를 접경국 베네수엘라에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 지역에 대한 편입 국민투표를 강행하면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닐 난들랄 가이아나 법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제재나 군사 행동을 허가할 수 있는 유엔 헌장 41조와 42조를 발동시키겠다고 예고했다.
난들랄 장관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에 따라 회원국들이 무력을 사용해 (유엔 헌장의) 집행을 보조할 수 있도록 안보리가 승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가이아나는 ICJ에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ICJ는 베네수엘라가 에세키바 지역에 현상을 변경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도 가이아나의 개입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3일 베네수엘라가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95.9%는 에세키바의 영토 편입에 찬성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동시에 이곳 주민들에게 자국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베네수엘라의 이번 국민투표는 마두로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경제 파탄으로 인해 3선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낮은 가운데 실시됐다.
가이아나는 100년 이상 에세키바를 관리해 왔다. 이곳의 면적은 16만㎢로 전체 영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가이아나 국민 80만명 중 12만5000명이 산다.
과거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가이아나는 국경선이 1899년 만국평화회의 당시 중재재판소에 의해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 또한 이 결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1777년에 에세키바 동쪽에 있는 강이 자연적인 국경을 형성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에세키바를 사이에 둔 두 나라의 갈등은 지난 2015년 미국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이 이 지역에서 석유를 발견한 이후 더욱 격화됐다.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 강행을 계기로 두 나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지난 3일 수도 조지타운에서 연설하며 "베네수엘라가 ICJ의 명령을 무시한다면 그 길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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