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국가 영토 합병'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 95% 찬성…효력은 없어
가이아나 3분의 2 영토 노려…ICJ 판결도 무시
석유 풍부한 과야나 에세키바…2015년 유전 발견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베네수엘라가 이웃 국가 가이아나의 땅을 노리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95%가 정부의 영유권 주장에 찬성한다고 투표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3일) 석유 자원이 풍부한 과야나 에세키바 지역을 베네수엘라의 주로 편입하는 국민투표에서 투표자 중 95%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총 투표자는 1431만 명이며, 투표율은 50%로 기록됐다고 선관위는 덧붙였다.
앞서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베네수엘라에 과야나 에세키바에 대한 가이아나의 통제권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지 말고 현상을 유지하라고 명령했지만, 국민투표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언급된 과야나 에세키바 지역은 가이아나 서부 에세퀴보 강의 서쪽으로 가이아나 전체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한 땅이다.
총 면적은 15만9500㎢로, 가이아나 전체 인구의 약 16%가 살고 있는 곳이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특히 이 지역과 인근 해저에는 대량의 석유와 다이아몬드 등의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2015년에는 거대 유전이 발견돼 단숨에 1인당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에 등극했다.
양국은 과야나 에세키바를 두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왔다.
이곳의 국경은 1899년 가이아나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그어졌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1966년 가이아나가 독립하자 국경선을 거부하며 영국과 가이아나와 함께 협상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협의를 통해 영토 분쟁을 해결하라는 취지의 제네바 협약이 체결됐지만 관련 협상과 국경선 조정은 없었다.
결국 2018년 가이아나는 이를 ICJ에 영유권 문제를 제소했지만 판결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국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베네수엘라는 이를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의 리카르도 수크레 정치학과 교수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목적은 가이아나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마두로 대통령이 이 땅에 석유와 가스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가이아나에서는 이번 국민투표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정부가 수습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전날(3일) 집회에 참여해 ICJ 판결은 베네수엘라가 "가아이나 영토를 합병하거나 침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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