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일자리 80% 대체…생업서 해방된다"-세계적 AI 전문가
AI 석학 벤 괴르첼, AFP와 인터뷰…"문제는 과도기에 있다"
"챗GPT 연구, 중단해선 안돼…인간 수준 도달하지 못했다"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인공지능(AI) 이르면 몇 년 안에 인간 일자리의 80%를 대체한다는 주장이 세계적인 AI 석학으로부터 제기됐다. 다만 AI의 일자리 침공은 인류를 생업으로부터 해방시키기에 위협이 아닌 혜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공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란 용어를 대중화한 벤 괴르첼 싱귤래리티넷 최고경영자(CEO)는 9일 게재된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의 미래와 관련해 이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괴르첼은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느냐'는 AFP 기자의 질문에 "추측건대 AI가 없어도 사람들이 하는 일의 80% 정도는 사라질 수 있다"며 "챗GPT란 제품 그 자체로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몇년 안에 그러한 성격의 시스템이 등장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AI의 일자리 대체는 "위협이 아닌 혜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류작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는 자동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괴르첼은 "문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하나씩 대체해 나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모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AFP 기자는 '로봇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괴르첼은 "그레이스처럼 AI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괴르첼은 지난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연례 테크 컨퍼런스인 '웹 서밋'에 참석해 간호 로봇 '그레이스'를 선보였다.
그는 "미국의 많은 노인들은 양로원에 외롭게 앉아있다. 의료 서비스나 음식, 대형 TV 등의 물리적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선 그렇지 못하다"며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AGI 상태에 도달한다면 로봇은 더 나은 동반자가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간호 외 교육 분야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놀라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괴르첼은 이번 인터뷰에서 AI의 잠재적 위험성은 인정했지만 최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내놓은 '챗GPT 6개월 연구 중단' 제안에 대해선 "왜 인터넷은 금지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3월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가 후원하는 싱크탱크인 미래생명연구소(FLI)는 공개서한을 내고 AI 고도화로 인해 인류가 문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안전 규약이 마련될 때까지 '챗GPT-4'보다 강력한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FLI는 서한에 머스크 CEO와 애플 공동설립자 스티브 위즈니악, 인지심리학자 게리마커스 교수, 컴퓨터공학자 러셀 버클리 교수 등 IT 전문가 및 업계 전·현직 직원 1800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며칠 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미 인공지능학회(AAAI) 회원 19명도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괴르첼은 "위험하고 초인적인 AI란 이유만으로 연구를 중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챗GPT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AI 시스템이지만 복잡한 다단계 추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 수준의 AI가 될 수 없고 학습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것을 발명할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I를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점이 매우 이상하다"며 "인터넷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데도 왜 우린 인터넷을 금지하지 않았느냐. 인터넷은 손끝으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헛소리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이 금지되면 안 되는 것처럼 이것(AI)도 금지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괴르첼은 현재 상용화된 AI의 인지 능력과 관련해서는 "기계가 인간만큼 똑똑해지고 미지의 영역에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으려면 훈련과 프로그래밍을 뛰어넘는 도약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거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수십년이 아니라 수년 내에 (인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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