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복' 시위에 몸살 앓는 페루, 국가 비상사태 60일 추가 연장

시위대 충돌 48명 사망…점거농성으로 운송 차질 빚어
심야 통금하고 軍 치안 개입…수도 리마는 연장서 제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 탄핵에 불복한 시위대가 경찰 기동대와 대치하고 있다. 2023.1.24.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통령 탄핵에 불복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자 페루 정부는 5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했다. 지난달 비상사태 효력을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추가로 60일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AFP 통신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마드레데디오스 △쿠스코 △푸노 △아푸리막 △아레키파 △모케과 △타크나 등 남부 7개 주에 내려진 국가 비상사태를 이같이 연장하겠다고 공지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페루 정부는 리마와 카야오를 포함해 9개 지역을 대상으로 30일간 비상사태 연장을 선포한 바 있다. 이번 연장 조치에선 페루 최대 공항과 항구가 위치한 수도 리마와 인근 위성도시 카야오는 제외됐다.

지난해 12월 처음 발령된 국가 비상사태에 따라 현재 페루에선 군 병력이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경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 등 페루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도 일부 제한됐다. 시위가 가장 극심한 푸노에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 중 주택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다. 2023.1.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비상사태 연장 조치는 페루 내 반정부 시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발효됐다. 페루 의회가 지난해 12월 뇌물 수수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후 페루 남부를 중심으로 두 달 넘게 '탄핵 불복'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화됐고 체제 변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시위대는 의회 해산과 헌법 개정을 촉구하며 매일같이 가두 행진을 벌였다. 지금까지 경찰과 충돌로 인해 최소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4일) 리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도 결국 폭력으로 얼룩졌다고 AFP는 지적했다.

시위대는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를 막고 공항과 철도 역사까지 공격했다. 이로 인해 화물 운송에 차질이 발생, 페루 곳곳에선 생필품 부족과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마추픽추를 비롯한 역사 유적을 찾는 관광객도 급감했다. 페루 관광부는 이번 시위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하루 2500만솔(약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 국회의사당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취임 후 의원들에게 양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2.12.7.ⓒ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AFP는 시위 원인으로 현지 원주민들의 '박탈감'을 지목했다. 페루 남부 빈곤층 주민들은 그간 좌파 성향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고 생각한다. 페루 의회가 탄핵 당일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볼루아르테를 대통령으로 임명하자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현재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외신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에 '휴전'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직 사임 가능성은 일축했다. 대신 '조기총선' 카드를 내걸고 2026년 총선을 2024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제출한 선거법 개정 법률안은 국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일을 마지막으로 페루 연방의회는 관련 논의를 중단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 회기가 시작하는 오는 7월까지 관련 법안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