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 부정탈라"…미신 집착하는 아르헨 축구팬들
'티셔츠 거꾸로 입기'부터 '전 남편 소환'까지
사우디와의 '충격패'에 매경기 '강박증' 생겨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티셔츠를 거꾸로 입거나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인을 지참하고 급기야 이혼한 전 남편까지 불러들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일부 아르헨티나 팬들이 우승에 대한 간절한 마음에 이처럼 '강박증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미신을 믿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적극적으로 월드컵 결승전에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색 풍경을 보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 거주하는 훌리오 트레스토(55)는 이날 AFP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유니폼을 입고 응원했는데 패했다"면서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앞뒤를 뒤집어 입자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유니폼을 계속 뒤집어 입었고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며 "여러분도 내 입장이 되면 절대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축구다"라고 했다.
실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개막전에서 2-1로 패배하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뒤 5연승을 달성하며 점차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에 아르헨티나 축구 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이후 경기들' 사이 자신들의 달라진 관람 태도를 분석해 독특한 의식을 고수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그라시엘라 카스트로(여·58)도 매 경기 같은 의식을 반복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2차전 이후 같은 바지와 셔츠를 입고 경기 중 화장실에 가지 않고 있다"면서 "결승전 상대 프랑스 선수들을 상대로 점잖은 방식으로 욕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예르모 마르티네즈는 "다리를 꼬고 앉은 다음 양발을 상대 골문으로 향하게 놓는다. 후반전에는 반대로 다리를 꼰다"고 했다. 그의 여자친구 모니카 고메즈도 매 경기 자신의 딸 사진과 함께 '긴급한 경우'에 기도를 바치는 성인 엑스피디투스의 우표,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마라도나 사인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혼한 전 남편을 부르는 축구 팬도 있었다. 쿠르레시아 에어랄디(여·50)는 월드컵 1차전은 현 남자친구와, 2차전은 전 남편과 함께 술집에서 시청했다. 이에 에어달리는 이후 모든 경기를 전남편과 함께 같은 술집, 같은 테이블에서 응원하고 있다.
전직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조차 이러한 강박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쥔 호세 다니엘 발렌시아(67)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만의 '이상한 전통'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결승전을 관람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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