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도 전범' ICC 기소 주체는 파키스탄계 검사장 카림 칸[피플in포커스]
유엔서 IS 전쟁범죄 조사단 이끌던 국제 형사법 전문가
파키스탄서 탄압받던 이슬람 소수 분파 공동체 소속 "인권에 관심"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와 함께 묶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한 카림 칸(54)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다.
칸 검사장은 20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 모두에게 전쟁 범죄 혐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인도주의적 구호물자의 가자지구 반입을 거부하는 등 전쟁 수단으로 기아를 악용하고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로부터 큰 반발을 일으켰다.
이른바 '전쟁범죄 저격수'인 칸 검사장은 이미 러시아에서는 요주의 대상이다. 지난해 ICC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칸 검사장을 형사 기소하고 내무부 수배 명단에 올린 상태다.
◇파키스탄서 탄압받던 무슬림 분파 출신
영국 국적의 법조인인 칸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파키스탄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파키스탄 이슬람 소수 분파인 아흐마디야 무슬림 공동체 소속이다.
아흐마디야는 무함마드가 아닌 굴람 아흐마드를 섬겨 수니파에서는 이단 취급을 받았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슬람교에서 이 분파를 배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 분파는 탄압을 피해 1980년대에 본부를 영국으로 이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칸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흐마디야 소속으로서의) 경험이 내가 인권 분야에 관심을 갖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카림 칸은 킹스칼리지 런던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30여년 동안 국제 형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했다.
그는 ICC 외에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구유고슬라비아 국제재판소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레바논 특별재판소 △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 등 여러 형사재판소에서 검사 및 변호인으로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잔뼈 굵은 전쟁범죄 전문가, 유엔에서 IS 소행 조사하기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칸은 유엔에서 사무차장보(ASG)로서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분파가 저지른 범죄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한 IS 전쟁범죄 조사단(UNITAD) 초대 특별고문이자 조사단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2021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마 규정 당사국총회 제19차 회기에서 ICC 검사로 선출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2년 124개국이 서명한 로마 규정이라는 조약을 기반으로 설립된 상설 국제 재판소다. 유엔 산하는 아니지만 유관 기관이며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침략 범죄와 같은 국제 범죄로 개인을 소추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2021년부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해 왔다.
이스라엘은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니기에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를 인도할 의무는 없지만, 재판소 규정상 모든 서명국은 체포 대상자가 입국할 경우 체포해서 인도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독일과 영국 등 로마 규정에 서명한 동맹국을 여행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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