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 표적 '엔비디아' 정조준…반독점법 위반 조사

중국 시장규제국 "멜라녹스 인수 승인시 요건 위반"

대만 타이베이 컴퓨터 전시회에 전시된 엔비디아 제품/2017.05.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이 미국 엔비디아와 관련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면서 미중 기술전쟁이 AI 거물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반독점 조사는 미국이 최근 중국 반도체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한 데에 따른 대응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 규제당국이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한다고 밝혔고 엔비디아 주가는 9일(현지시간) 뉴욕 거래에서 2.6% 급락했다. 중국 시장규제국은 성명서를 통해 엔비디아가 지난 2020년 이스라엘 칩설계업체 멜라녹스 테크놀로지를 인수할 때 약속한 사항이 반독점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규제당국은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 승인 당시 중국에서 운영과 관련해 여러 조건을 설정했는데 강제적인 제품 번들링(묶음판매) 금지, 불합리한 거래조건, 구매제한, 개별 제품 고객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포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시장규제국은 그러나 엔비디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위반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3년 만에 3번째 제재를 가한 이후 이뤄졌다. 미국은 칩장비제조업체를 포함해 140개 기업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의 제재에 거의 즉각적으로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주요 광물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했고 이제 칼날은 AI를 주도하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를 향했다.

중국의 조치가 엔비디아에 끼치는 영향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는 최첨단 AI칩을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미국 수출규제를 준수하는 중국 전용 버전을 내놓았다.

테크애널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엔비디아의 첨단 칩 대부분이 이미 중국에서 판매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간 기술 제한조치 이전에는 엔비디아는 중국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국내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이 엔비디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의 26%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5%로 떨어졌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중국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에서도 반독점 위반 조사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미국 법무부는 엔비디아의 반독점 위반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도 지난해 AI에 사용되는 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를 표적으로 삼았고 유럽연합은 2023년 AI칩의 반경쟁적 남용 혐의를 조사하며 엔비디아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