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프로들, '트럼프 승리' 베팅에 몰려…美국채·비트코인 등 '꿈틀'"-WSJ

비트코인, 달러 강세…"미국 우선주의, 관세 집중"
멕시코 페소,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통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4.10.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금융 시장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중소기업, 민간 교정시설 운영업체의 주식부터 비트코인, 달러까지 다양한 자산이 상승한 반면 멕시코 페소와 미국 국채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비트코인, 달러 강세…"미국 우선주의, 관세 집중"

트럼프의 최근 기세를 감지한 대형 헤지펀드와 머니매니저 등이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베팅에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여전히 박빙 승부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이들의 베팅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쳐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단연 두드러진 강세는 트럼프의 미디어 회사인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이 회사의 주가는 9월 23일 이후 한 달 동안 145% 치솟았다.

민영 교도소 운영업체 지오그룹의 주식은 10월에만 30% 뛰었고 비트코인 채굴업체 라이어트플랫폼은 34% 급등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을 단속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승리할 경우 민간 구치소의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또 트럼프는 암호화폐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로브는 이번달 투자 서한을 통해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의 관세가 국내 제조업, 인프라 지출, 특정 자재 및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로브 매니저는 예상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역시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은행 주식에서도, 암호화폐에서도 (트럼프의 승리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채권 최고투자책임자인 마크 다우딩은 금리와 통화에 집중한다고 WSJ에 밝혔다.

WSJ에 따르면 다우딩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트럼프의 의제가 주로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해 10%에서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막대한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멕시코 페소,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통화

비트코인부터 멕시코 페소에 이르기까지 금융 시장 전반에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최근 분석했다.

외환 시장에서 트럼프 트레이드는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의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페소는 트럼프가 부과할 예정인 새로운 관세에 취약한 통화로 여겨지며 9월 최고치에서 4% 하락했다.

결제회사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달러-페소 쌍의 내재 변동성은 트럼프의 베팅 시장에서의 이익에 따라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블룸버그 편집장과 가진 대담을 통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관세율 2000%까지 언급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성장 친화적이고 인플레이션 촉발제로 여겨지며 미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한 달 동안 3.3% 올랐다.

국채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감세로 재정 적자가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로 국채 매도로 수익률은 급등하고 가격은 급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22일 장중 4.2%를 넘기며 7월 26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해리스가 승리했는데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개표가 지연될 경우에 대한 베팅도 있다. 캘리포니아 헤지펀드 회사인 롱테일알파의 비니어 반살리 창립자는 WSJ에 "시장에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것"에 베팅한다며 트럼프가 깜짝 승리했던 2016년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반살리는 "시장의 기대는 일반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는 시장에 좋고 카말라의 승리는 시장에 나쁠 것이라는 것이다"며 "나는 카말라가 승리하면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