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20달러 리스크…"2024년 이란과 2022년 러시아 다르다"

이코노미스트 "중동 불안에도 공급과잉·수요부진"

3일(현지시간) 사람들이 이스라엘 남부 아라드의 네게브 사막에 떨어진 이란 미사일 잔해를 구경하고 있다. 2024.10.03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중동 리스크에 얼마나 더 오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원유에서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2022년처럼 유가가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이란이 10월 1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2000발을 발사하면서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가는 이달 초 이후 10% 가까이 올라 80달러에 최근접했다.

하지만 원유 시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보다 충격에 대한 완충재가 더 두터워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석유 공급은 과잉이고 수요는 부진해 유가가 제한적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최신판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석유 시장은 2022년에 비해 지정학적 충격에 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란은 러시아만큼 큰 산유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거의 하루 5억배럴을 수출하지만 이란은 전세계 공급량의 2%인 하루 200만배럴을 수출에 그친다.

글로벌 경제 상황도 2022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에는 석유 공급이 부족했고, 세계 경제가 코로나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었다. 반면 오늘날 세계는 석유로 넘쳐난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OPEC+는 결국 12월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게다가 셰일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이 이제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에 등극했다. OPEC+ 이외의 산유국들이 전세계 석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4%에서 이제 거의 60%에 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셰일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캐나다, 브라질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생산을 늘렸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내년에는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이 하루 1.5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석유 수요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팬데믹 이후 반등했던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과거의 금리 인상 여파가 가시화하면서 둔화세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전 세계 제조업 활동 약화로 인해 2025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중동 정세가 격화되기 전까지 석유 트레이더들은 2025년에 수요 증가세가 약화하고 공급이 확대되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에서 악몽 같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석유생산이 여전히 소수의 국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은 소수 독재자의 무모한 결정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면 이란은 바레인이나 아랍에미리트와 같이 이스라엘과 경제 협정을 체결한 산유국을 공격할 수 있다. 또는 걸프만 석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수 있고 이 경우 유가는 2022년 최고치에 근접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