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진짜 원흉은 미국 침체 아니라 엔캐리 청산 공포"

'완벽한 폭풍' 위험 잔존…빅테크 실적 부진 + 중동 위기

엔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최근 며칠간 세계 증시의 폭락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캐리 트레이딩의 청산에 따른 영향이라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이나 스위스 등 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다른 곳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대표적 캐리 통화는 엔화로 가장 거래가 활발하다.

물론 7월 미국의 고용보고서가 예상을 하회하며 불안했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인 13% 가까운 격렬한 움직임을 촉발할 만큼은 미국의 고용 데이터가 악화한 것은 아니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고용) 데이터에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을 시사하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글로벌 폭락장의 배후에는 캐리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지난주 일본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그동안 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엔케리 트레이드'의 포지션이 풀리며 달러 대비 엔화는 38년 최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강하게 오르며 11% 이상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시아 투자자는 로이터에 알고리즘의 신호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는 대형 시스템 헤지펀드 중 일부가 지난주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추가 긴축 기대가 촉발되자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수치와 이러한 움직임의 기저에 있는 구체적인 포지션 변화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미국 기술주에 집중된 포지션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하루 만인 6일 다시 10% 넘는 강력한 반등세이지만 또 다시 변동장세를 연출하며 더 떨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에드 로저스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CNBC방송에 출연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끝났거나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이들이 기존 포지션을 커버하면서 앤 캐리 트레이드가 최대 공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수석 통화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의 캐리 트레이드는 몇 차례 붕괴(breaking a few heads) 없이 풀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건전성 우려와 금리인하 압박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에 더해져 이미 고공행진하는 기술주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시장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프린서펄자산관리의 시미 샤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은 일본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고 미국 빅 테크의 약세와 중동 긴장이라는 완벽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