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신화' 이제 저무나…4년 만에 첫 판매 감소(종합)

'저가' 중국 독주…미국 수요 부진+ 충전 인프라 부족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열린 유럽유대인협회 주관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1.22/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테슬라 판매는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재부각됐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분열로 드러난 중국 전기차의 독주가 테슬라의 지배력을 갉아 먹는 형국이다.

◇NYT "테슬라 지배력 약화 신호…머스크 리더십 부재"

2일(현지시간) 테슬라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38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만3000대보다 8.5% 감소했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다.

중국 비야디(BYD), 한국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전기차 판매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BYD의 1분기 전기차 판매는 13% 증가한 30만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역시 15% 늘어난 32만4000대에 달했다. 현대자동차는 1분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75% 증가한 1만대다. 기아의 전기차 판매도 두 배 늘었다.

결국 전기차에 대한 수요 감소만으로 테슬라의 부진을 설명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NYT는 "테슬라 판매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장이 테슬라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물론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머스크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테슬라 판매가 감소했지만 별다른 언급도 없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머스크가 어떻게 테슬라의 추진력을 회복할지 계획에 대해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머스크의 리더십 부재는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좌파 성향 고객들의 외면을 불러올 것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이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새로 연 샤오미 쇼룸에 전시되어 있다. 2024.03.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진짜 리더는 비야디…샤오미 '애플카' 꿈을 현실로

그 사이 중국의 저가 공세는 더욱 촘촘해졌다. BYD는 업계 관례상 가격을 인상할 시기인 지난 2월 모델 변경에 맞춰 가격을 인하했다. 전기차 생산원가를 좌우하는 배터리 양산기술을 활용해 가격인하를 주도하는 진짜 '리더'가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BYD뿐만이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미국 애플도 포기한 '애플카' 출시에 성공한 것은 물론 출시 초기 예상보다 많은 주문량을 확보했다.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베이징 시간으로 오전 10시 판매를 시작한지 27분 만에 5만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그룹은 올해 SU7 주문량이 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씨티그룹은 연간 판매량을 약 5만5000~7만대로 전망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말 첫 전기차 SU7을 출시했는데 기본 모델 가격은 21만위안부터 시작된다. 테슬라의 주력인 '모델3'의 최저가(24만위안)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신규 진입자'인 샤오미의 전기차 가격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전개해 온 테슬라의 가격보다 낮을 정도로 중국의 저가공세는 강력하다.

17일(현지시간) 한파가 들이닥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한 테슬라 차량이 얼음으로 덮인 주차장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미국 전기차 '주춤'…중국 공급망 완전 분리 불가능

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체다. 미국 정부가 보급을 독려하고 있지만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23년 12월 8% 정점에서 2024년 2월 6%로 떨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사회'인 미국에서는 자동차 1대의 연간 주행거리가 가솔린 차량의 경우 평균 1만 마일(약 16만km)을 넘는다.

반면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충전 인프라는 부족하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 전역에 충전기가 100만대 이상 필요하지만 현재 보급된 충전기는 10%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 속에서 배터리 부품 등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공급망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과 완전한 분리는 쉽지 않다는 점도 테슬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출시한 모델3의 보급형 모델의 미국 공장 생산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이 난항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전기 트럭 '사이버트럭'도 중국 부품 없이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