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라피더스, 5조원 정부 보조금 추가 확보…총 9조원

"후공정 기술 개발 535억엔…AI 겨냥, TSMC·삼성 도전장"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 라피더스ⓒ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천문학적 보조금을 추가 승인했다. 라피더스가 업계 선두인 대만반도체(TSMC),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일본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2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피더스에 올해 최대 5900억엔(약5조2600억원)의 추가 보조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산성이 라피더스에 약속한 보조금 3300억엔까지 합하면 1조엔(약8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홋카이도 치토세에서 2나노미터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추가 보조금에는 반도체 성능향상에 중요한 첨단 패키징에 필요한 후공정 기술지원금 535억엔이 포함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일본 정부 지원은 회로를 만드는 '전 공정' 위주였지만, 후공정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피더스는 차세대 후공정 기술을 2020년대 후반까지 실용화해 양산 개시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가 후공정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있다. AI용 반도체는 연산, 기억 등의 기능이 요구되는데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에 담을 수 있다면 효율적으로 상호 연동할 수 있다.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칩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후공정 부문은 이미 TSMC, 삼성전자가 수십 년 동안 연마해왔기 때문에 라피더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TSMC는 독자적인 후공정 기술로 미국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제조를 맡아 일본을 포함한 세계 소재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24년도에 요코하마시에 첨단 후공정 연구 거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천문학적 보조금을 동원해 대만,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일본의 30년 경제 침체와 국제 경쟁력 상실은 디지털화, 탈탄소화, 경제 안보에 있어 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칩은 일본 전체 산업은 물론 전 세계 산업의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