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백서 "25년 디플레 전쟁 변곡점"…장기침체 끝자락

"디플레이션 탈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리ⓒ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정부가 25년 간의 디플레이션과 싸움에서 변곡점을 맞았다며 장기 침체가 거의 끝났다고 확신했다.

일본 정부는 29일 연례 경제백서를 통해 "2022년 봄부터 물가와 임금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과의 25년 전쟁에서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시사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대중의 확신이 약해지고 있다고 경제백서는 밝혔다. 백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번 백서는 디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서비스 가격상승이 "여전히 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추세를 결정할 때 서비스 가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비스 가격은 상품 가격보다 내수와 임금을 더 생생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백서는 설명했다.

올해 백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당히 더 낙관적이다. 지난해 백서는 일부 식품과 에너지 상품을 제외하고 인플레이션이 완만하다고만 평가하는 데에 그쳤다.

이번 백서는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BOJ는 기업이 가격과 임금을 결정하는 행태가 변하며 대규모 재정 및 통화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어조의 변화는 정부의 우선 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원자재 비용상승과 고용시장의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생활비 압박이 커지며 대중의 물가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일본의 핵심 인플레이션은 올해 1월 4.2%를 기록해 4년 만에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 오고 있지만 여전히 16개월 연속 BOJ 목표 2%를 상회한다.

또 올해 기업들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초완화 통화 정책의 후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근본적인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일본이 물가 하락 시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백서는 "가계와 기업을 괴롭히는 끈질긴 디플레이션 사고방식을 근절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달성하기 위해 BOJ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1년에서야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고 선언했고 이후 물가하락 종식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저물가 타파라는 목표 아래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거의 20년 동안 대규모 재정을 지출하고 초완화 통화정책이 진행중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