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깜짝' 은행 횡재세 40%…"예금 이자보상 부족"
일회성 부과금 60일 이내 의회 승인 필요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 수익의 40%에 달하는 횡재세를 일회성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에 대해 예금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밤 늦게 은행들의 이자 수익 40%를 세금으로 부과할 방침을 발표했다. 과세는 일회성이고 2022년 이익이 전년도 실적을 일정 수준 이상 초과하는 등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횡재세가 부과된다.
FT에 따르면 은행의 순이자 소득이 2021년보다 5% 또는 10%를 초과하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2024년 6월 말까지 납부해야 하는 이 일회성 부과금은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FT는 전했다.
정부가 이 같은 횡재세 부과방침을 내린 이유는 예금자에게 지급되는 금리인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커진 탓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제퍼리즈 계산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들이 금리 상승분의 평균 12%를 예금자에게 돌려줬는데 이는 유로지역의 2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올해 초 횡재세 부과를 검토했다가 이후 계획이 취소된 것처럼 보였지만 은행들이 상반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횡재세 이슈가 급물살을 탔다.
FT가 인용한 신용평가사 DBRS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5대 은행은 202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105억 유로의 총 수익을 기록했다. 마테오 실비니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은행의 상반기 수익만 봐도 수 십억 달러"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조치로 30억유로(33억달러, 4조3300억원) 수준의 세금이 징수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제퍼리즈와 이퀴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로 정부가 세금으로 45억 유로 이상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에 강제적으로 세금을 부과해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는 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게 감세나 보조금 지원을 검토중이다.
이번 발표에 이탈리아 은행주가는 8일 7.7% 급락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와 유니크레딧의 주가는 각각 8.6%와 5.9% 하락했다. 국영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의 주가는 10.8% 폭락했고,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인 방코 BPM의 주가는 9.1% 밀렸다. 유로존 은행주가도 4.5% 떨어졌는데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가 붕괴하며 발생한 은행권 혼란 이후 최대 일일낙폭을 그린 것이다.
악사인베스트먼트의 질 기보트 주식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에 "이탈리아 정부의 개입은 유로존에 붙은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필요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단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스페인도 지난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스페인은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2024년까지 30억 유로를 모금하기 위한 임시 은행 부과금을 승인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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